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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의정부 시장님의 ‘못 말리는 테니스 사랑’

등록 2020-02-05 15:22수정 2020-02-05 21:02

‘코로나 비상 속 호주오픈 관람’ 안병용 시장
재임 중 실내테니스장 3곳 신설·국제테니스장 추진
2014년 8월 경기도 신곡동 송산배수지 확장 및 테니스장 조성사업 준공식에서 안병용 의정부 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오색 종이를 날리며 축하하고 있다.
2014년 8월 경기도 신곡동 송산배수지 확장 및 테니스장 조성사업 준공식에서 안병용 의정부 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오색 종이를 날리며 축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국이 비상인 가운데 지난달 말 호주오픈테니스대회를 관람하러 ‘외유성 연수’를 떠났던 안병용(64·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시장이 시청사에 돔테니스장을 짓는 등 ‘못말리는 테니스 사랑’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의정부시는 지난해 시예산 18억5천만원을 들여 의정부시청사내 실외 테니스장을 돔 형태의 실내테니스장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의정부시 청사 다목적 이용시설’이라 이름 붙은 이 사업은 연면적 1825㎡, 높이 16.5m 규모의 돔테니스장에 3면의 인조잔디 코트가 조성돼 4월 개장될 예정이다. 1989년 청사 신축 때 조성된 실외테니스장은 시청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고 시청 어린이집 놀이터로도 활용돼왔다. 지하에는 지열냉난방 발전시스템 관정이 매설돼 있다.

시청사 테니스장 리모델링 예산은 2018년 12월 당시 의정부시의회 야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다수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원안대로 통과됐다. 시민단체들도 세금 낭비와 타종목과의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며 공익감사 청구와 함께 사업취소를 요구했지만, 공사를 막지는 못했다.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실내코트 6면 규모로 지난해 1월 개장된 호원테니스장 전경.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실내코트 6면 규모로 지난해 1월 개장된 호원테니스장 전경.

의정부지역 시민단체인 실천하는 의정부 시민공동체는 지난해 5월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청사 다목적 이용시설은 시민들보다는 청사주변 특정지역, 테니스를 하는 특정 공무원의 전유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돔테니스장 강행은 7호선 노선변경 중단, 소각장 신설 강행 등 시의 일방적 판단과 결정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안 시장이 부임한 2010년 7월 이후 의정부시에는 주변의 큰 도시에도 없는 시립 실내테니스장이 줄지어 건설되고 있다. 2014년 송산배수지 테니스장(실내4·실외4면)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 호원테니스장(실내6면)이 개장됐고, 시청사테니스장(실내3면)까지 합하면 모두 3곳(13면)의 실내테니스장이 조성됐다. 여기에 실외테니스장인 녹양테니스장(7면), 장암동 하수처리장 테니스장(4면), 민락동 푸른마당 테니스장(4면)까지 더하면 의정부의 시립 테니스장은 6개(총 35면)가 운영되고 있다.

의정부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신곡동 일대 6만657㎡터에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관중석 3천석 규모의 메인코트 1면과 쇼 코트 2면, 실내 코트 3면, 실외 서브 코트 12면 등 총 18면 규모의 대규모 테니스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2014년 개장한 실내 4면, 실외 4면 규모의 송산배수지 테니스장.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2014년 개장한 실내 4면, 실외 4면 규모의 송산배수지 테니스장.

시의 이같은 ‘테니스 편애’는 축구(3개), 야구(2개), 배드민턴(2개), 탁구(1개) 등 다른 스포츠 종목과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실제로 축구의 경우 운동장이 부족해 양주나 포천 등 인근 시군의 시설을 이용하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수 실천하는 의정부 시민공동체 대표는 “테니스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스포츠라기 보다는 소수 마니아들이 즐기는 운동인데 편중되게 예산을 사용하는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빙자해 어린이들의 실내체육을 겸한다지만 수요조사나 활용방안 등 기본분석 자료조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테니스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지 석 달 만에 정상적 절차를 밟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고는 할 말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시민 김아무개(51)씨는 “의정부에 실내테니스장이 많은데 또 짓겠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며 “시장이 테니스 좋아하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오해를 안 받게 정도껏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의정부시에 있는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 노인정, 도서관, 청소년수련관 등 취약계층이 사용하는 공공시설의 공기질 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을 시청 직원과 시청어린이집 원아들만 이용하는 시청 테니스장을 개축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예산 남용이며 낭비”라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시가 신곡동 일대 6만657㎡터에 추진 중인 18면 규모의 국제니스장 조감도.
경기 의정부시가 신곡동 일대 6만657㎡터에 추진 중인 18면 규모의 국제니스장 조감도.

이에 의정부시 관계자는 “주요 용도는 테니스장이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을 못 하는 시청어린이집 원아들도 사용하는 다목적 이용시설”이라며 “시민이 이용하는 스포츠 시설을 짓는데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 시장은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져 정부와 지방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선 지난달 26~31일,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 등과 부부 동반으로 호주오픈테니스를 이틀간 관람하는 등 ‘외유성 국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관련기사 : [단독] 안병용 의정부시장, 코로나 비상 속 부부동반 ‘외유성 연수’)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의정부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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