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장이 원아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뉴스 갈무리
‘코로나19 때문에 원아 모집이 안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3살배기 원아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경기 파주 운정새도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파주경찰서는 8일 해당 어린이집 시시티브이 영상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에 들어갔다. 또 보육교사 소환조사를 마친 데 이어 이날 해당 어린이집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 아동의 엄마 ㄱ씨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 때문에 아이를 폭행했다는 어린이집 원장의 신상정보 공개와, 폭행과 관련한 솜방망이 처벌 개정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파주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으며, 이날 오후 1시 현재 7만6천여명이 동의했다. 누리꾼들은 “엄격하게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ㄱ씨는 국민청원 글에서 “아이가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원장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이는 해당 어린이집에 다닌지 16일 정도 되는데, 그 사이 몇 번의 폭행이 이루어졌는지 모르는 상태”라며 “아이는 아직 불안증세를 보이며 쉽게 잠도 들지 못하고, 원장에게 당한 폭행의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가 올린 국민청원의 내용을 보면, ㄱ씨는 지난 1일 3살 딸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가 ‘아이가보조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얼굴 난 상처를 확인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저녁에 손을 비비고 머리를 자해하며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다음 날인 2일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 ㄱ씨는 ‘세면대에 박아서 생긴 상처 같지 않으니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어린이집에서 시시티브이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부분 영상만 보고 돌아와야 했다.
3일 어린이집 시시티브이에 찍힌 전체 영상을 확인한 ㄱ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영상에는 아이가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장이 핸드폰으로 머리를 가격하거나 손으로 뺨을 여러차례 때리고, 양 발을 잡아당겨 머리를 찍게 하는 등의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이는 원장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입을 가리며 ‘쉿’하고 소리를 지르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또 얼굴에 약을 바르느라 몸이 흔들릴 정도로 얼굴을 문질러도 아이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원장은 그 상태로 방에서 나가고 아이는 하원할 때까지 방치됐다.
ㄱ씨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해당 원장은 ‘코로나 때문에 원아 모집이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말했다고 ㄱ씨는 전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사전 고지도 없이 ‘개인사정으로 어린이집을 긴급 폐원하게 됐다’고 부모들에게 일방 통보했다. ㄱ씨는 “이런 사례가 많은데 처벌강도가 너무 미약해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름을 바꿔 다른 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시시티브이가 있어도 보호 받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정확한 진상 조사와 함께 피해 아동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아동전문기관과 연계해 심리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해 범죄가 밝혀지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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