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수사관이 방호복을 착용한 채 430억원대 규모 사이버범죄조직의 총책 이아무개(56·가운데)씨를 인천공항에서 압송하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외국에 기반을 두고 14년간 불법 도박이나 투자 사기 등 430억원대 규모의 사이버범죄를 저지른 조직의 총책이 타이에서 국내로 압송돼 경찰에 구속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경찰은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범죄조직 총책의 국내 압송 작전을 완수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및 도박개장,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이아무개(56)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이씨 조직에서 일한 운영자 등 30명을 같은 혐의로 검거하고,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 이 조직은 2005년부터 중국·타이·베트남 등 국외에 기반을 두고 불법도박 사이트, 허위주식, 선물투자 사기, 해외 복권 거짓 구매 대행 등 각종 사이버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개발팀, 광고팀, 운영팀, 환전팀, 자금관리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운영된 이 조직의 범죄 규모는 약 431억원, 피해자는 약 6500명으로 추정했다. 이 중 경찰이 수사 중 실제 확보한 피해자는 312명이다.
경찰은 전체 범죄 수익 중 이씨 등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과 현금 등 111억원(국내 50억원, 국외 61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처를 했다. 또 법인 계좌에 있는 약 5억2200만원에 대한 환수 절차를 추가로 진행 중이다. 국외 은닉재산(예금계좌 38억원, 부동산 23억원 등)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 결정 사례는 경찰 최초다.
검거되기 전 이씨는 타이에서 호화 별장 생활을 했으며, 이씨의 국내 가족 집에서는 달러 뭉치가 굴러다닐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간 도피 생활을 하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온 이들의 꼬리가 밟힌 것은 2016년 한 수사관이 우연히 받게 된 복권 판매 내용의 스팸 문자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스팸 문자를 단서로 이후 약 2년9개월간 추적 끝에 일당을 모두 붙잡았다.
특히 총책인 이씨의 경우 조직 안에서도 구체적인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였으며, 지난해 2월 타이 방콕에서 다른 사건으로 검거된 뒤 타이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제3국으로의 도피를 시도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이씨는 결국 이달 14일 국내로 송환돼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경찰청 외사국과 주타이대사관 경찰주재관, 타이 인터폴 등 사법당국 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타이 교도소에서 장기간 지낸 이씨의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수사관들은 인천공항에서 이씨를 압송해올 때부터 방호복으로 무장했으며, 조사할 때도 방호복을 벗지 않았다. 송환 당일 저녁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이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김선겸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사이버범죄가 산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범죄수익 환수가 중요하다”며 “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팀, 국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등 관계기관과 다방면으로 방안을 모색해 범죄수익의 상당부분을 몰수보전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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