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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 하루 앞둔 시민분향소…오후 들어 조문객들 발길 몰려

등록 2020-07-12 14:06수정 2020-07-12 18:21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서혜미 기자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서혜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을 하루 앞둔 12일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로 온 시민들과,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른 아침부터 몰렸다.

이날 조문은 오전 8시부터 시작했다. 전날보다 3시간 빨리 오전 9시10분께 50여명이 이미 줄을 서 있었고 약 1시간 뒤에는 대기 줄이 광장 한바퀴를 다 둘렀다. 오전 11시20분께는 인파가 서울시청사 후문 인근까지 늘어섰고, 오후 4시에는 줄이 서울광장에 이어 시청사를 한 바퀴 돌아 청사 정문까지 이어졌다. 12일 오후 6시 기준 시민분향소의 조문객 수는 전날 인원까지 합쳐 1만7285명이다. 비교적 한가했던 오전에는 한번에 8명의 조문객이 박원순 시장의 영정 앞에서 묵념했지만, 인파가 몰린 오후부터는 한 번에 30여명씩 묵념을 해야만 했다. 분향소 한쪽에서는 묵념을 마친 시민들에게 시의원들이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과거 정무부시장을 지냈던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가족 단위 조문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손을 잡고 조문을 마친 박아무개(38)씨는 “어른이 돌아가시니 마음이 아팠다”며 “내일은 발인이고 평일이라 오늘이 조문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조문객들 가운데는 어린 자녀뿐 아니라 노부모와 함께 온 40∼50대도 종종 눈에 띄었다.

서울시민이 아닌 타시도에서 먼걸음을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장일웅(48)씨는 “나는 인천에 살고 지지하는 정당도 없지만 (박 시장은) 서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자기를 낮췄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분향소에 오기 위해 아침 7시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조문하기 위한 대기줄이 서울광장을 한바퀴 두르고 서울시청사 옆 인도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혜미 기자
조문하기 위한 대기줄이 서울광장을 한바퀴 두르고 서울시청사 옆 인도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혜미 기자
눈물로 눈가가 붉어졌던 경기도 성남시민 고아무개(50)씨는 “정치가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고씨는 박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5일간 치러지며 생긴 논란과 관련해 “조문을 오기 싫다면 개인적으로 안오면 될 일인데 가처분 신청을 내고,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조문을 안오겠다고 말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젊은 여성들은 ‘성추행’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히스테릭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박아무개(68)씨는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40만명을 넘는다는 데 더 반감이 생겨서 나왔다”며 “상도 아직 끝나기 전에 정치권에서 재·보궐 선거를 이야기하는 게 사람의 도리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문은 왔지만 성폭력 의혹으로 고소당한 것과 관련해서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시민도 있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여아무개(20)씨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라면서도 “그 사안에 대해서는 (마음이) 복잡해 더는 말을 못하겠다”며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충남 당진시에서 아내와 자녀 2명과 함께 온 김아무개(44)씨는 “여성단체들이 왜 반대 입장을 내는지 이해가 간다”며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폐쇄된 청사 정문 앞에 꽃을 놓아두기도 했다. 시민들은 박 시장을 추모하는 내용을 노란색 접착 메모지에 적어 정문 폐쇄를 알리는 게시판과 청사 유리문과 벽 곳곳에 붙였다.

시민들의 항의로 이동하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서혜미 기자
시민들의 항의로 이동하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서혜미 기자
조용한 조문행렬 속에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후 2시 50분께는 “박원순은 성추행범 서울시장 반대”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시민들의 큰 항의를 받아 경찰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검은색 옷을 입은 한 여성은 주 대표가 든 종이를 빼앗은 뒤 “장례식장에서 행패를 부리는데 왜 가만 놔두냐”고 경찰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 40여명은 주 대표를 시청사 뒤쪽의 한 건물로 피신시키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서울특별시장을 중단하라’는 팻말을 든 시민 2명이 지나가는 이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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