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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서울시, 고인 예우만큼 피해자 보호를 ‘간곡히 호소’했다면

등록 2020-07-18 04:59수정 2020-07-18 09:14

현장에서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담당 출입처에서 보낸 문자를 받는다. 나 또한 지난해 말 서울시를 담당하게 된 뒤부터 시장 일정과 취재 안내, 각종 현안 브리핑 등 공지사항을 문자메시지로 받아왔다.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시에서 받은 문자는 모두 15건, 이 가운데 장례 절차 등 단순 공지를 제외하면 5건이 남는다.

이 5건의 문자는 간곡한 호소, 당부, 부탁, 요청을 담고 있다. 고인에 대한 “근거 없는 내용” 유포와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재고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동료 직원이기도 했던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에 공보특보는 기자단에 별도로 보낸 문자에서 “(성추행 의혹에 관한) 보도는 온전히 추측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인을 편히 보내드리자는 추모와 애도만을 강조했다. 시 고위간부들은 침묵하거나 “한쪽 당사자가 없기 때문에 실체는 영원히 모른다” “조사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돌리기에 급급했다.

결국 15일 황인식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발표하기 전까지 닷새 동안 기자들이 서울시로부터 보고 들은 것은 고인에 대한 예우가 전부였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서울시는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이나 2차 가해를 멈춰달라는 점은 전혀 강조하지 않았던 셈이다.

뒤늦게 나온 입장에서도 서울시는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했지만,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단어를 고수해 그 의미를 반감시켰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서울시가 꾸리겠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이 얼마나 안팎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은 16일 박 시장이 숨진 뒤 이뤄진 피해자를 향한 회유 시도 등을 폭로하면서, 진상조사위를 사실상 불신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누가 봐도 면죄부로 이어지기 쉬운 ‘셀프 조사’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들 상황이다.

서울시가 사태 초기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중지도 “간곡히 호소”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를 강력히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서울시 발표를, 서울시 출입기자로서 가장 쓰고 싶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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