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 등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단 구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피해자를 지원한 여성단체들이 참여 입장을 밝히지 않아 조사단 구성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수사팀을 꾸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19일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는 15일과 16일, 18일에 각각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진상조사에 참여할 전문가 추천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17일에는 송다영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면담을 위해 두 단체를 방문했으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여성단체의 참여 거부에는 합동조사단 구성 계획 단계부터 시와 단체 간의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난맥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는 박 시장 피소 일주일 만인 15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린 뒤 조사 내용과 범위 등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16일 “서울시가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단 구성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후 시는 17일 “조사위원 전원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다”고 한발 물러났지만, 서울시가 조사단을 꾸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서울시 쪽은 “수정안을 발표했으니, 여성단체의 답변을 기다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맨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사단 구성이 지지부진하자 서울시 대신 제3의 기관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김형주 전 국회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사기관과 인권위, 여성가족부같이 해당 사안의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로운 기관이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고 조사의 신뢰성도 담보할 수 있다”며 “이후 서울시의 역할은 제3기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다른 지자체에 전파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려 박 시장의 사망 경위와 서울시의 성추행 묵인·방조 의혹 관련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주 고한석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서울시 관계자들을 연이어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번주 중 임순영 시 젠더특보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은 피해자 지원 단체들이 사실상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취하됐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국방송>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다.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첫 사과의 말을 전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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