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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 음주사고 운전자 구속…법원 “도주 우려 있다”

등록 2020-09-14 22:20수정 2020-09-14 22:22

롱패딩 입고 얼굴 가려…경찰 “운전자 바꿔치기는 아냐”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가운데)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가운데)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남성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ㄱ(33·여)씨를 구속했다.

이원중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ㄱ씨는 지난 9일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ㄴ(54·남)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했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ㄱ씨에게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중부서에서 “왜 음주운전을 했느냐. 사고 후 (곧바로) 구호 조처를 왜 하지 않았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ㄱ씨는 이날 초가을 날씨인데도 롱패딩 점퍼를 입은 채 옷에 달린 모자를 눌러써 얼굴을 완전히 가리기도 했다.

경찰은 또 사고 당시 벤츠 승용차에 함께 탔던 ㄱ씨의 지인 ㄷ(47·남)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벤츠는 ㄷ씨의 회사 법인차량으로 확인됐으며 경찰은 ㄱ씨가 차량을 운전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와 ㄷ씨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동승자인 ㄷ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ㄱ씨와 ㄷ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8일 오후 늦게 처음 만난 사이로 또 다른 남녀 일행 2명과 함께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ㄱ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먼저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오후 9시께 음식점에서 나왔고, 이후 술을 사서 인근 숙박업소로 이동하자 ㄱ씨도 합류해 함께 술을 더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숙박업소에서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이 있었고, ㄱ씨와 ㄷ씨가 일행 2명을 남겨둔 채 먼저 나와 벤츠 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ㄴ씨의 딸이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며 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7만명 넘게 동의했다. ㄴ씨의 딸은 청원 글을 통해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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