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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할머니들, 서로 기억하는 공간 됐으면 좋겠다”

등록 2020-11-04 15:43수정 2020-11-04 22:54

해비타트·햇살사회복지회 4일 헌정식 열어
“기지촌 여성 아픈 삶과 역사 기억 공간으로”
기지촌 여성 기부…해비타트 리모델링비 부담
80여명의 자원봉사자는 한 달여 간 자재 운반 등 봉사
4일 경기 평택시 안정리에서 햇살사회복지회와 해비타트, 자원봉사자들이 ‘기지촌 여성인권 역사관’ 헌정식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4일 경기 평택시 안정리에서 햇살사회복지회와 해비타트, 자원봉사자들이 ‘기지촌 여성인권 역사관’ 헌정식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기지촌 여성을 사회 밖으로 내몬 것은 미군이 아니라 우리였다고 하잖아요”

4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11-195 햇살복지회 앞마당에서 ‘기지촌 여성인권 역사관’ 리모델링 공사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대학생 조수아(20·단국대 물리학과1)씨는 4일 “해비타트 일원으로 이곳에 봉사하면서 기지촌 할머니들을 처음 알았는데 마음이 아주 아팠다”고 말했다.

멸시와 천대 속에서 한 때는 국가로부터‘달러벌이 산업역군’과 ‘국가안보의 도구’로 취급됐던 한국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삶과 역사를 보듬을 ‘기지촌 여성인권 역사관’이 둥지를 마련했다. 국가가 외면하는 사이 기지촌 여성 출신 할머니가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고 한국 해비타트와 자원봉사자들이 주택 리모델링에 힘을 보태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평택지역 기지촌 여성들을 지원해온 햇살복지회(원장 우순덕)와 한국 해비타트(이사장 윤형주)는 이날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11-195에서 ‘기지촌 여성인권 역사관(역사관)’ 헌정식을 했다.

역사관은 지난 10여년간 기지촌 노인 여성들을 돌보던 햇살사회복지회(161㎡)가 바로 옆 빈집(151㎡)을 사들인 뒤 담을 헌 자리에 들어선다. 주한미군의 70% 이상이 주둔하고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라는 평택 캠프 험프리의 정문(안정리 게이트)에서 1㎞ 남짓 떨어진 곳이다.

자신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9000만원을 기부해 주택을 매입하도록 한 조은자(71) 할머니는 “가족도 외면하는 기지촌 노인 여성들을 발 벗고 돕는 햇살복지회 분들을 보면서 감동을 하였다. 늙고 병든 할머니들이 서로 얼굴을 보고 그들을 기억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 역시 21살의 나이에 기지촌 미군 클럽에서 일했던 기지촌 출신 여성이다. 3500만원에 방 2칸의 전세방에 사는 조 할머니가 낸 기부금은 한국전쟁 참전 당시 전사한 아버지에 대해 국가가 지급한 연금을 평생 쓰지 않고 모아온 것이었다.

오른쪽 부터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원장, 성금을 기부한 조은자 할머니, 이광회 한국해비타트 사무총장. 햇살사회복지회 제공
오른쪽 부터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원장, 성금을 기부한 조은자 할머니, 이광회 한국해비타트 사무총장. 햇살사회복지회 제공

한국해배타트와 한국해비타트 여성위원회는 리모델링비 전액을 부담키로 하고 10월 초부터 스텝 4명을 상주시키면서 리모델링을 직접 해왔다. 여기에 의용소방대, 평택시자원봉사센터, 부녀회 등 8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와서 벽돌과 자재를 날랐다.

역사관은 기지촌 노인 여성들의 만남의 공간을 비롯해 이들의 삶의 터를 재현하고 미술치료 등을 통해 비운 미술작품 등을 전시하는 전시실, 이곳 방문자가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삶과 역사를 알 수 있는 미디어교육실로 구성된다. 하지만 실제 문을 여는 시기는 내년 봄이나 될 전망이다.

우순덕 햇살복지회 원장은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기지촌 노인 여성들을 양지로 나오시게 하고 이분들의 삶과 인권의 역사를 시민사회와 차세대, 국제사회에 알리는 평화 교육의 장으로 쓸 예정이지만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실제 개관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말했다.

역사관이 들어선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군사기지가 설치된 것은 1941년이다. 일본군이 설치한 군사기지는 1961년 미군에 의해 현재의 캠프 험프리(K-6)로 바뀌었고 안정리의 기지촌 화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안정리에 지금 남은 기지촌 출신 여성은 66명. 하지만 실제로는 1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는 이들에게 미군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애국 교육’을 시키고 ‘민간외교관’의 호칭을 부여하면서 미군의 성매매 대상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70~80대에 접어든 이들이 병과 가난, 사회로부터의 멸시로 삼중고를 당하고 있지만 국가와 사회는 이들을 외면해왔다.

이에 기지촌 여성 57명은 2017년 국가를 상대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2018년 2월8일 ’기지촌을 운영 관리하면서 행정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한 강제 격리 수용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러한 강제 수용행위는 인간 존중의 의무 등에 위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했다.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4일 경기 평택시 안정리에서 햇살사회복지회와 해비타트, 자원봉사자들이 ‘기지촌 여성인권 역사관’ 헌정식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4일 경기 평택시 안정리에서 햇살사회복지회와 해비타트, 자원봉사자들이 ‘기지촌 여성인권 역사관’ 헌정식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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