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사람들이 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잘나가는 새 아파트단지 ‘필수시설’인 입주민 전용 사우나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고리가 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두곳 아파트에서 입주민 전용 사우나 관련 확진자가 100명 넘게 나와,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시가 발표한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에서 나온 신규확진자는 129명인데, 이 가운데 ‘서초구 사우나1’ 관련 신규확진자는 2명(누적 66명), ‘서초구 사우나2’ 관련 신규확진자는 7명(누적 44명)이었다. 서초구 사우나1은 600여세대 아파트에 딸린 시설인데, 사우나 방문자뿐만 아니라 가족·지인·동료, 사우나 방문자가 이용한 헬스장 종사자와 그 가족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었다. 서초구 사우나2에서도 방문자와 가족, 지인, 지인의 가족, 방문자의 직장 동료 등으로 확진자가 번졌다. 이 아파트단지가 3천세대가 넘는 대단지여서 확진자가 늘 가능성이 크다.
두 사우나가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된 까닭은 “지하에 있어 환기가 어렵고 샤워·입욕시설은 넓지만 파우더룸·라커룸·출입구는 상대적으로 협소해 이용객이 몰릴 경우 밀집도가 매우 높기”(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때문이다.
이런 조건은 다른 새 아파트단지 시설에서도 비슷하다. 특히 주민공동이용 시설은 이용료가 관리비에 포함돼 있거나 싼 경우가 많아 이용하는 입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시설 관계자는 “3천세대 아파트면 하루 이용객이 2천명이 넘고, 500세대쯤 되면 200~300명이 된다”며 “근무자인 우리가 가장 불안하지만, 개장을 하지 않으면 입주민의 불만이 크기 때문에 개장한 채로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사우나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다. 지난 3월부터 사우나 운영을 중단한 서울 강동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하루 2500명씩 이용하는 사우나를 열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며 “주민들끼리 이용하는 것이라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초구 아파트단지에서 확진자가 속출하자, 서울 서초구는 뒤늦게 지난 18일과 24일 두번에 걸쳐 아파트단지 사우나 시설 운영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현재는 관내 아파트단지 모두가 시설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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