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중랑구청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0시 기준 서울시 코로나19 확진자가 260명(해외입국 뒤 자가격리 중 확진된 2명 제외)으로, 하루 확진 기준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1·2차 대유행과 달리 소규모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나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초구 사우나1’과 ‘서초구 사우나2’의 누적 감염자 수는 각각 71명, 75명이다. 고급 아파트 단지에 만들어진 입주민 전용 사우나를 통해 코로나19가 퍼진 경우다. 방역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초구 사우나2’에 방문했던 ㄱ씨는 지난달 24일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는 않았던 ㄱ씨는 ‘증상이 없다’며 검사를 미뤘다. 결국 나흘 뒤인 28일에야 아내와 함께 검사받고 이튿날 확진됐다. 그사이 왕래가 잦은 경기도에 사는 가족 2명도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ㄴ씨도 해당 사우나를 찾은 것이 확인돼 지난달 21일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 또한 8일 뒤인 지난달 29일에야 진단검사를 받고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ㄴ씨는 방역당국 조사에서 “함께 사우나를 찾았던 아들이 음성 판정을 받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사우나는 아파트 입주민 전용이어서,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대의 이용자를 가려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서초구보건소는 시간대별 사우나 방문자를 확인해 네차례에 걸쳐 아파트 입주민 1529명에게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 대기해달라’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안내했지만, 호응이 적었다. 결국 서초구청은 서울시 제안에 따라 지난달 28~29일 아파트 안에 현장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ㄱ씨와 ㄴ씨도 뒤늦게 현장 선별진료소를 찾아 확진판정을 받았다.
집단감염의 경우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일주일~열흘을 넘기면 ‘엔(n)차 감염’이 문제가 되거나 자가격리 중에 증상이 발현하면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 대다수인데, 이곳에서는 최초 확진자 발생 12일 만에 ‘이용자’가 확진된 셈이다. 게다가 일부 주민들은 현재까지도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동별로 검사받지 않은 분들께 검사하도록 안내문을 붙이고 방송을 하고 있다”며 “가구별로 검사 여부를 확인한 뒤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가족 모두가 검사받도록 조처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
신속한 진단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증상이 발생하기 3~4일 전부터 전파가 가능해 무증상 시기에도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의심 증상으로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당장의 검사와 확인이 가깝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전하게 하는 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진단이 하루나 이틀만 늦어져도 20~30명이 감염되는 파급효과를 낳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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