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을 가장해 학교폭력을 휘두른 고등학생들을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공개 하루 만에 답변 충족요건인 20만명 동의를 얻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이 16일 오전 9시 현재 21만6000명을 넘어섰다. 공개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 청원 글은 게시판 관리자 쪽이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비공개 단계에서도 직접 접속을 통해 동의한 이들이 10만여명에 육박했을 정도로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인천에 사는 고등학생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들 ㄱ(16)군이 동급생들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해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글에서 “아들이 깨어나도 일반인처럼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후가 더 많이 보여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 끝이 나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금방 풀려난다고 생각할 것이고,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갈 것”이라며 “가해 학생을 엄벌하고,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관련 법을 만드는 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인천 중부경찰서는 최근 ㄱ군을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중상해)로 ㄴ(16)군 등 고교생 2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ㄴ군 등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서 청원인의 아들인 ㄱ군을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ㄱ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 하고서 2시간 40분가량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ㄴ군 등 가해 학생들은 경찰에서 “스파링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며 고의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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