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분향을 하며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가 생계가 곤란한 5·18광주 유공자에게 매달 생활지원금 10만원씩을 주기로 한 정책을 두고 김영환 전 의원이 “광주정신을 모독하는 천박한 모리배 정치”라고 비난하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양민학살 주역이면서도 어떤 책임도 안 진 국민의힘 본모습”이라며 맞받아쳤다.
이 지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힘당 소속 전 의원이 생계곤란 광주5.18 국가유공자에 대한 경기도의 월평균 10만원 지원금 지급을 두고 광주5.18모욕이라 비난했다”면서 “이는 광주학살 주역의 후예로서 눈앞에선 표가 아쉬워 사죄쇼를 벌이면서 뒤로는 피해자 무덤에 침을 뱉는 양두구육 행태”라고 비판했다. 얼굴은 양이지만 몸은 개라는 뜻의 양두구육은 겉으로는 훌륭한 듯이 내세우지만 속은 음흉함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앞서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게 경기도에서 10만원씩 지급한다고 한다. 이 돈을 받고도 광주를 말할 수 있는가. 천박한 돈으로 하는 마치 모리배의 정치 같아 보인다”고 이 지사를 비난했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김 전 의원은 2003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지난 3월 여당의 ‘민주유공자예우법’에 반발해 유공자증을 반납했다. 그는 이날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런 동정과 지원이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민주화운동의 순수성을 의심받게 하고, 극도의 혐오감을 가져다 주는지 모르는가 보다”고 비꼬았다.
김 전 의원은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국회의원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지만,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바른미래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 소속으로 남아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했지만 4.8% 득표에 그치며 이재명 지사에 패해 낙선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기 고양병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한 바 있다.
이 지사는 김 전 의원의 이런 주장에 “참전유공자 생계지원금이 참전유공자 모욕일 수 없듯이 생계가 어려운 광주5.18유공자 지원이 광주5.18 모독일 수는 없다”면서 “경기도가 월 100만원씩 독립유공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독립운동 모욕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소액의 지원금은 5.18학살의 피해자인 유공자들의 간절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그나마 모두도 아닌 생계곤란자만 대상”이라며 “김 전 의원 주장대로라면, 국민의힘 당원이 시장인 서울에서도 광주5.18유공자에 월 10만원 지원하는데, 이것 역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군사정권 당신들의 나팔수들에 속아 그 억울한 광주5.18 피해자를 폭도라 비난하는 2차 가해에 가담했던 또다른 피해자로서 학살원죄자인 국민의힘은 진심으로 광주학살을 참회하고 사죄한다면, 소속 당원의 5.18지원금 관련 망언을 사죄하고 망언한 당원을 엄중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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