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문산·장단반도 논 불법매립 극성
서울 등서 덤프트럭으로 흙 날라와 성토
장단반도 논 1년 새 31만㎡나 감소
비닐하우스·과수원·군사시설은 급증
“밭으로 지목전환 현금화 유리” 탓도
두루미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파주시, 3만㎡ 원상복구 통보 ‘뒷북’
서울 등서 덤프트럭으로 흙 날라와 성토
장단반도 논 1년 새 31만㎡나 감소
비닐하우스·과수원·군사시설은 급증
“밭으로 지목전환 현금화 유리” 탓도
두루미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파주시, 3만㎡ 원상복구 통보 ‘뒷북’

지난 1월20일 경기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들판에서 한 재두루미 가족이 먹이를 먹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들녘에서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으로 논을 메우는 매립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서울서 건설 폐자재·쓰레기 싣고 와
5~6m 높이까지 마구잡이 성토…시는 ‘뒷북’ 지난 28일 찾은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독수리전망대 인근과 임진강역 앞 마정리. 이 지역 논 곳곳에서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을 이용해 논을 메우는 매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마정리 주민인 노현기 ‘임진강∼디엠제트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6년간 농민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임진강 준설 반대 운동을 통해 하천개발 사업을 막아내고 임진강 유역 논을 지켰는데 마을을 오가는 덤프트럭들을 보면 화가 나서 산책도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장산리 들녘의 한 논은 3000㎡ 이상 넓이를 허가도 받지 않은 채 5~6m 이상 높이로 불법 성토해 거대한 토성을 연상케 했다. 일부 농지는 콘크리트 조각 등 건설 폐자재와 하수 처리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인 슬러지까지 마구잡이로 매립해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하는 등 민원이 빗발쳤다. 국토이용계획법에서는 2m 이상 절토·성토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파주시의 경우엔 1m 이상 성토할 경우 반드시 개발행위 허가를 받도록 기준을 강화한 도시계획조례를 시행 중이다. 파주시는 뒤늦게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해당 농경지의 경우 시에 개발행위 요청이 들어왔으면 허가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민 신고로 뒤늦게 알게 돼 해당 부서를 통해 원상복구하라고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습 침수지역이거나 농업기반시설이 약해 농사짓기 불리한 땅은 농가 편의를 위해 성토를 허용하고 있지만 경지 정리가 된 논은 식량안보와 생태 문제 등을 감안해 웬만하면 1m 이상 성토 허가를 해주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들녘에서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을 논을 메우는 매립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민통선 논, 콩밭·인삼밭·과수원으로
장남반도 논면적 1년새 31만㎡ 감소 접경지역 농지가 불법 매립되는 이유는 논보다 밭이 거래하기 쉽고 개발도 용이해 부동산값 상승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땅 소유주 70~80%가량은 외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문산읍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문권씨는 “논을 성토해 밭으로 지목 전환할 경우 땅값이 상승하고 현금화하기에도 유리해 외지인 토지주들이 논보다 밭을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 마정리의 경우 성토 전 3.3㎡(1평)당 30만원가량 하던 농지가 성토 뒤 4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평상시에도 많았는데 올해 들어 논 매립이 유독 많아졌다”며 “기존에 땅을 임대해 농사짓는 지역주민의 나이가 대부분 70~80살 이상이어서 앞으로 5~6년 지나면 실제로 농사지을 사람이 거의 없어 논의 밭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월5일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마을인 백연리 들판 모습. 논이 메워져 축사나 인삼밭으로 바뀐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생물다양성 손실, 생태축 단절 ‘위기’ 파주 민통선 지역 논들이 장단콩밭이나 인삼밭, 비닐하우스, 축사, 과수원, 창고 등으로 전환되면서 야생생물의 먹이터 넓이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국립대학교 이수동 교수팀의 ‘파주 장단반도 일대 토지이용 현황별 면적 및 비율’ 조사 보고서를 보면, 장단반도의 논은 2019년 2768만여㎡(17.02%)에서 지난해 2737만여㎡(16.83%)로 1년 새 31만㎡나 감소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묵논도 2019년 30만8336㎡에서 2020년 17만849㎡로 크게 줄었다. 반면 비닐하우스는 같은 기간 18만9204㎡에서 21만9568㎡로, 과수원은 97만5285㎡에서 117만5014㎡로 늘었고, 군사시설은 360만5558㎡에서 404만1912㎡로 증가했다. 민통선 밖 접경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파주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후 문산읍 지역에서만 논을 매립해 밭으로 지목 변경한 농지는 총 1만3000여㎡에 이른다.

지난 1월20일 경기 파주시 민통선 마을인 백연리 논에서 재두루미들이 무리지어 먹이를 먹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녘에서 논을 메우는 매립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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