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와 끊이지 않은 비리 의혹 탓에 휘청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일할 수 없을 만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토로했다.
성남시는 4일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무시한 채 지역 내 업자와 골프를 친 간부 공무원 4명을 직위 해제했다. 이들은 지난달 7일 연가를 낸 뒤 2박3일 동안 업자와 골프를 쳤다. 이들 가운데는 성남시청 최고위급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수미 시장은 입장문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심각한 상황에서 일부 공직자의 안이한 인식과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빚어진 공무원 골프 물의에 책임을 통감하고 성남 시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이들은 지난 5월2일과 7일 공무원의 5인 이상 회식이나 사적 모임이 금지된 성남시 특별방역기간(4월26일~5월9일) 중 사적 모임을 가져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며 “이에 해당 공무원 4명 전원을 직위 해제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은 시장이 사과했지만 성남시 공무원들의 기강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가 사과문 대신 낸 ‘입장문’
여기에 성남시의회 감사관실 팀장(6급)이 직제상 직급이 낮은 시장 비서실 직원(7급)에게 자신의 근무 평정을 올려달라며 ‘낯뜨거운’ 청탁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소속 안극수 시의원이 지난 3일 공개한 녹취 파일을 보면 이 팀장은 비서실 직원에게 “저 근평(근무 성적 평정) 좀 다시 부탁을 드린다”, “더덕주를 좀 어떻게 드려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4일 ‘성남시가 특정 업체에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납품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해 4월 37억원 어치의 마스크를 성남시에 공급한 업자와 공무원 또는 시의원이 짬짜미를 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업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이미 성남시 관련 공무원들을 소환해 1차 조사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 공무원 사회는 극도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성남시는 은 시장 비서 출신인 이 아무개씨가 은 시장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등 30여명이 성남시와 도서관, 성남문화재단·성남시자원봉사센터 등 산하기관에 부정 채용됐다고 폭로한 뒤, 은 시장 집무실까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또 은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운전기사 편의제공을 받은 혐의) 수사자료를 은 시장 쪽에 유출하고 이권을 챙기려 한 경찰관은 구속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보완수사를 한다며 지난 5월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성남시는 올해 들어서만 3차례에 걸쳐 주요부서가 압수수색을 당하며 ‘쑥대밭’이 됐다.
잇단 악재에 성남시 공무원들은 “요즘은 일할 수 없을 정도로 어수선하다”고 분위를 전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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