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갯벌 인명구조대’가 구조 훈련을 하는 모습. 충남소방본부 제공
갯벌에 고립되는 사고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갯벌 인명구조대’가 충남 서해안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충남소방본부는 26일 전국 최초로 ‘갯벌 인명구조대’를 꾸렸다고 밝혔다. 갯벌 인명구조대는 갯벌 고립 사고 때 자체 개발한 ‘갯벌 인명구조용 보드’를 이용해 구조 활동을 하게 된다. 충남 태안, 보령, 홍성, 서천, 서산, 당진 등 6개 소방서에 10∼12명씩 갯벌 인명구조에 능숙한 구조대원을 배치했다.
지난 5월 각 소방서에 인명구조용 보드를 처음 보급했는데, 현재 구조대원들이 현지 적응 훈련을 모두 마친 상태다. 그 결과 갯벌에서의 인명구조 시간이 10배 가까이 단축됐다는 것이 충남소방본부의 설명이다. 갯벌 인명구조용 보드는 구조대원이 갯벌에 빠지지 않고 움직일 수 있도록 서프보드를 개조해 만들었다.
충남소방본부는 “갯벌 인명구조용 보드가 도입되기 전에는 구조대원이 맨몸으로 갯벌에 들어가거나 공기부양정으로 구조해야 했다. 공기부양정은 충남에 몇 대 없어 신속한 구조에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홍성군 서부면에서 ‘갯벌 인명구조 전술 대회’도 열렸다. 대회에서는 갯벌 고립 상황을 가정하고 인명구조용 보드와 드론 등 장비를 활용해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6개 소방서에서 4명씩 구조대원이 참여해 그동안 갈고 닦은 갯벌 인명구조 실력을 선보였다.
충남 지역에서 갯벌 고립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8년에서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충남 지역에서 발생한 갯벌 고립사고는 모두 175건이다. 2018년 33건, 2019년 42건 발생하던 것이 지난해 100건으로 늘어났다. 시기별로 보면 여름철인 6∼9월까지 전체 사고의 56.6%(99건)가 집중돼 있고, 시간대별로는 밤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사이에 많은 사고(41%)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바다를 접한 충남 6개 시·군 가운데 해변이 가장 많고 갯벌 체험하기 좋은 태안군에서 전체 사고의 42%(73건)가 집중됐다. 구조된 사람의 연령대는 60대 이상(34명)이 가장 많았다.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비교적 사람과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인적 드문 바다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갯벌 고립사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서해안 갯벌은 완만하지만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밀물의 속도가 시간당 7∼15㎞로 빨라 밀물이 시작된 뒤 대피를 시작하면 매우 위험하다. 물때를 미리 확인하고 현지 지형지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갯벌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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