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첫째)이 지난 2월8일 오후 대전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대전지검 수사팀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현 한양대 교수)을 배임교사 등 혐의로 추가기소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24일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 심리로 열린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첫 재판에서 주임검사인 이상현 전 대전지검 형사5부장(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은 “기본적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존중하지만, 수사팀은 (검찰수사심의위) 결정 전이나 후에도 같은 의견”이라며 “백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는 이상 배임교사 등 혐의도 인정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에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문건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근거로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가동 중단을 결정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로 기소됐다. 정 사장은 백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출해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게 정 사장의 배임·업무방해를 교사한 혐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검 지휘부와 의견이 엇갈려 외부 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검찰수사심의위 판단을 받기로 했고, 지난 18일 수사심의위는 교사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 결론을 냈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날 재판에서 수사심의위 의견에 사실상 반대하며 “공소장 변경 여부는 검찰 내부에서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으로, 아직 이 자리에서 확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 추가기소 불가 결론을 낸 만큼 실제 추가기소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재판에서는 다음 재판 일정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국민적인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빨리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기일을 잡아서라도 9월 중에 다음 재판을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자료가 5만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자료를 검토하고 재판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11월로 다음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 의견을 받아들여 11월9일에 다음 재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 등은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재판에서는 대한민국 경제를 후퇴시키고, 환경을 망치고, 탄소 중립을 가로막는 어리석고 무지한 정권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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