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램 7, 8단지 임대료원상복구비상대책위원회 등이 30일 세종시의회 앞에서 원주민 영구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 동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도램 7, 8단지 임대료원상복구비상대책위 제공
세종시 도담동 원주민 영구임대아파트(행복아파트) 임대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세종 도램 7, 8단지 임대료원상복구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세종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가 나서 원주민 영구임대아파트인 도램마을 7, 8단지 임대료 인상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도램마을 7, 8단지는 세종시 조성 과정에서 집과 땅을 수용당한 원주민 가운데 1억 미만의 보상금을 받은 454세대가 사는 영구임대아파트다.
이 아파트의 임대료 인상 문제는 2019년부터 시작됐다. 2016년 개정돼 2019년부터 적용된 국토교통부의 ‘영구임대주택 표준 임대료 및 임대보증금 산정 기준’ 고시는 소득수준에 따라 재계약 때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도록 하는데,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이 아파트의 임대료도 20∼100%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임대료 인상 철회를 요구해왔다. 특히 이들은 원주민으로 세종시 개발 과정에서 희생한 만큼 임대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대료와 보증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세종시 원주민의 주거 정착을 위해 지어진 행복아파트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임영학 도램 7, 8단지 임대료원상복구비상대핵위원회 대표는 “우리는 세종시 출범에 따른 도시개발로 연기군에 살고 있었으나 집과 땅을 강제 수용당한 원주민”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길거리에 쫓겨나갈 처지에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경제난까지 더해지면서 하루하루 버티기 괴롭고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원주민의 희생을 꼭 기억하겠다고 했다”며 “조상 대대로 살았던 삶의 터전을 내준 원주민들을 이렇게 힘들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세종시가 직접 임대보증금 상승분 이자와 임대료 인상분을 지원해서라도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도램마을 8단지를 찾아 “이 아파트는 (2004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추진 이후 터전을 내어준) 원주민 지원 사업으로 시작돼 태생부터 다르다”며 “(세종시는) 원주민의 희생과 헌신을 배신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민호 국민의힘 세종시당위원장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어 “세종시 영구임대주택 운영 및 관리 규정 16조에 행복아파트 특례가 있고, 이 규정을 근거로 얼마든지 행복아파트에 대한 임대료와 보증금을 산정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어려운 경제 사정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입감소 등을 고려해 임대료를 동결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세종시는 국토부 고시로 정한 사안이고, 다른 임대아파트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임대료 동결은 어렵다’는 태도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소득수준이 높아져 주택공급 입주 대상에서 벗어난 분들은 임대료에 차등을 둬 양보하고 떠나도록 하는 제도를 국토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세종시 안에 도램마을 7, 8단지 임대주택만 있는 것 아니다. 다른 지역에도 많은 임대주택이 있어 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임대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토부에 임의로 임대료 기준을 조정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규정대로 지켜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세종시가 임대료 등 지원을 해주려면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없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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