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기후화폐인 ‘그루’의 통장 이미지. 한밭레츠 제공
‘음료구매 때 텀블러 사용=1그루’ ‘냉장고 속 음식을 먼저 소비=2그루’ ‘1주일 이상 유제품 대신 두유나 곡물유로 대체=3그루’
대전 대덕구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면 적립해주는 ‘기후화폐’가 도입돼 눈길을 끈다.
대전 지역에서 화폐운동을 하는 단체인 ‘한밭레츠(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는 대덕구에서 2000만원 지원받아 지난달 초부터 다음달 말까지 전국 최초 기후화폐인 ‘그루’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그루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실천이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정한 화폐이름(단위)이다. 친환경 활동 뒤 발생한 그루를 자율적으로 그루통장(그루기록장)에 적으면 된다. 통장 뒤에는 54가지 탄소저감 활동과 그 활동에 따라 적립되는 그루 수를 정한 환산표가 적혀 있다. 지금까지 70여명이 그루 사용에 참여하고 있다.
그루를 이용해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내용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적립된 그루를 차감하는 대신 사용 그루를 별도로 기록하게 된다. 다음달 말 적립하고 사용한 그루를 취합해, 이를 통해 석탄지수를 얼마나 낮췄는지 환산하게 된다.
오민우 한밭레츠 대표는 “그루의 적립과 사용 모두 탄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사용 역시 적립과 같은 탄소저감 효과가 있다. 그루 적립과 사용 모두 친환경 활동으로 통장에 쌓이는 것인데, 교환을 전제로 한 기존의 화폐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운동’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 그루 사용자의 그루통장 모습. 한밭레츠 제공
사업단은 그루 사용자를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난달 18일부터 △지구와 기후, 과학과 사람들 △기후위기와 감염병, 살림의 밥상 △기후위기와 기후정의 △생태학살과 지역의 녹색전환 △기후위기를 맞이해 우리가 해야 할 일 △기후변화와 마음의 생태학 등 총 6강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라인 강의(기후학교)를 하고 있다. 기후 강의를 들으면 10그루를 사용하게 된다.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헌옷, 헌그릇, 커피찌거기 등으로 재활용품(팔토시, 주머니, 소이캔들, 비누 등)을 만드는 기후품앗이 교실, 11일 열릴 예정인 재활용품이나 친환경제품을 사고파는 기후페스티벌에서도 그루를 사용할 수 있다.
오 대표는 “스스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그루로 적립하고 화폐를 사용하며, 다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식으로 화폐를 만들었다. 기존 화폐들과 다른 실험적인 방식”이라며 “현대사회에서 화폐를 벌고 쓰는 일은 대부분 탄소배출을 일으킨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화폐를 벌고 쓰는 것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기후화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