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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떨어질까 불안했는데 매일 학교 온다니 마음 놓여요”

등록 2021-09-06 14:06수정 2021-09-06 14:56

[현장] 거리두기 3단계 ‘비수도권 전면등교’ 재개
오랜만에 학교 북적북적…친구들 만난다는 생각에 아이들 기대 높아
학부모들 “불안해도 전면등교가 낫다”…“등교 선택권 줘야” 목소리도
비수도권(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역) 학교의 전면등교가 시작된 6일 아침 대전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중학교 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앞뒤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비수도권(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역) 학교의 전면등교가 시작된 6일 아침 대전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중학교 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앞뒤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애들아, 한 줄로 서서, 거리 두고 들어가야지~.”

6일 아침 대전 대덕구 석봉동 이문고등학교 앞.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교문 앞에서 등교를 지도하던 선생님들이 ‘한줄로’와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한줄 등교가 이뤄지긴 했지만, 학생들 발걸음은 바쁘기만 했다. 바로 옆 신탄진중학교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문 안쪽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등교할 수 있습니다. 항상 1m 이상 거리두기’라고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운동장에 모여 있던 남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자 선생님은 “흩어져”라고 소리 질렀고, 학생들은 쭈뼛대며 사이를 넓혔다.

대전 - “줌 수업 때 질문 할 수 없어서 답답”
코로나19 시대가 연출한 어색한 등교 장면이었지만, 학생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문고 1학년 최아무개 학생은 “코로나 상황을 생각하면 집에서 공부하는 게 더 안전할 것 같다”면서도 “집에 있으면 환경이 편안해 일어나기도 힘들고 핸드폰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학교에선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니 공부할 때 자극도 받고 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탄진중 2학년 표아무개 학생은 “집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는데 매일 등교하려니 힘들어 잠시 교육부를 원망하기도 했다”면서도 “줌으로 수업을 할 땐 모르는 부분을 질문할 수 없어 답답했다. 성적이 떨어지는 느낌도 불안했는데, 매일 학교에 간다니 오히려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서아무개 학생은 “등교하면 과제나 수행평가가 줌 수업 때보다 늘어나 부담이 되긴 한다”면서도 “줌 수업 때는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불편했다. 과학실험 등 활동수업을 못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등교하면 그런 부분이 해소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인근 신탄진초등학교 2학년 딸을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발길을 돌리던 이아무개씨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쓰럽다”면서도 “맞벌이다 보니 온라인 수업 때는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아이들이 핸드폰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과 학습이 뒤처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았는데, 학교를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안아무개씨도 “불안하긴 해도 전면등교하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우리 아이는 2학년인데 1∼2학년을 못 다녀서 생활 습관을 제대로 형성할 기회가 없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비수도권(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역) 학교의 전면등교가 시작된 6일 아침 대전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초등학교 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앞뒤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비수도권(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역) 학교의 전면등교가 시작된 6일 아침 대전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초등학교 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앞뒤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반면 코로나19 확산세 속 전면등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대전지역 한 맘카페 회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데 학생들의 전면등교는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등교를 원하는 부모도 있고 아닌 부모도 있으니 선택의 기회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선생님들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긴장하면서도 전면등교를 반겼다. 이문고 이재은 선생님은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은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수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줌으로 하는 수업에서는 선생님과 학생의 호흡도 다르고 발표에도 한계가 있다”며 “학생들이 다른 데서 모이지 않고 동선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학교 안에 있다는 측면에서 학교가 제일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탄진초 임설희 교감은 “우리 학교의 경우 입구를 두 군데로 나누고 학생도 두그룹으로 나눠 등·하교를 시키고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19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며 “그래도 어린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학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생각하면 전면등교를 시작하는 것이 반갑다”고 했다.

광주 - 등굣길 차량 몰리면서 인근 도로 정체 빚기도
이날 아침 광주광역시 남구 석산고등학교와 수피아여고에서도 새벽부터 내린 비에 우산을 쓴 학생들이 삼삼오오 등굣길을 재촉했다. 두 학교 모두 선생님들이 나와서 거리두기 등 등교지도를 했고, 체온을 잰 뒤에야 학교 안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이날 학교 앞에서 등교 지도를 한 강현규 석산고 학생부 교사는 “광주는 학생 코로나 확진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등교를 해도 크게 우려되는 점은 없다. 다만 학생들이 체육대회나 수학여행 등 학창시절 추억을 쌓을 기회가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와 달리 학생들을 등교시키려는 학부모들이 운전하는 차들이 몰리면서 인근 도로는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이날 학교 앞에서 등교지도를 한 강현규 석산고 학생부 교사는 “광주는 학생 코로나 확진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등교를 해도 크게 우려되는 점은 없다. 다만 학생들이 체육대회나 수학여행 등 학창시절 추억을 쌓을 기회가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석산고 인근에 거주하는 최정심(61·여)씨는 “출퇴근 시간에 불편한 점은 있지만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고교는 3학년을 제외한 1·2학년은 격주 등교였는데, 다음달 3일까지 거리두기 3단계 적용이 계속되면서 광주시와 광주교육청은 2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 전면등교를 결정했다.

6일 아침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가운데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동 석산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6일 아침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가운데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동 석산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서울 - ‘시차급식’ 사이에 급식실 다시 소독
이날 아침 8시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방산고등학교 교문 앞도 등교시간에 맞춰 잰걸음을 옮기는 학생들로 오랜만에 북적였다. 이 학교는 지난달 17일 2학기 개학 이후 이날부터 전 학년 전면등교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3학년들만 등교했지만 이날부터는 840여명의 전교생이 모두 학교에 나온다.

교문 앞에는 ‘등교 전 매일 아침 자가진단 하기’라는 푯말이 세워졌다. 교육부의 ‘건강상태 자가진단’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발열 상태 등을 묻는 설문에 응답한 뒤 학교에 들어오라는 뜻이다. 교장·교감·학생부장 등 교사 5명이 교문 주변에 나와 자가진단 여부를 학생들에게 확인하고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건물 현관에는 전자식 체온계 4대가 설치돼 학생·교직원들의 발열을 체크했다. 전문업체 방역요원 2명도 배치돼 학생들이 체온계 한 곳에만 몰려 밀집되지 않게끔 안내했다. 정상체온인 학생은 교실로 이동하고 체온 37.5도 이상인 학생은 보건실에서 보건교사의 지도에 따라 체온을 재측정한다. 재차 고열이 측정되면 학부모 통보 후 귀가 조처된다. 이날 등교한 학생 중에는 발열 증상을 보인 사람이 없었다.

학생들을 안내하던 한 교사는 “3학년만 등교할 때보다 체온계를 2대 늘려 체온계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지 않게끔 했다. 점심식사의 경우 3학년이 먼저 먹은 다음 급식실 소독 후 1·2학년이 먹는 ‘시차급식’으로 진행하는 등 학생들이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6일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학교에서 등교가 확대됐다. 거리두기 4단계인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은 매일, 3∼6학년은 2분의 1 이하, 중학교는 3분의 2 이하로 등교한다. 고등학교는 밀집도 예외인 고3은 매일 등교하고 고 1·2는 2분의 1 등교하거나 전면등교도 가능하다. 사진 공동취재단
6일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학교에서 등교가 확대됐다. 거리두기 4단계인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은 매일, 3∼6학년은 2분의 1 이하, 중학교는 3분의 2 이하로 등교한다. 고등학교는 밀집도 예외인 고3은 매일 등교하고 고 1·2는 2분의 1 등교하거나 전면등교도 가능하다. 사진 공동취재단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렸다. 2학년 박아무개(17)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 직후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돼 학교생활 상당 부분을 비대면으로 했다. 지금부터라도 학교에 나와 친구들도 만나고 동아리활동 등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학년 김아무개(17) 학생은 “온라인 비대면 수업도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일일) 확진자가 네자릿수 대라는 뉴스를 매일 보다 보니 ‘등교해도 되나’ 하는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 초등·중학교는 이날부터 전체 학생의 최대 3분의 2가 동시에 등교할 수 있게 됐다. 강북구 번동 번동초의 경우 1·2학년은 전면등교를 하고 3·4학년과 5·6학년은 각각 주 3회·2회 등교해 하루 4개 학년만 학교에 나오게끔 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로 원격 수업을 듣는다.

교문을 들어서는 초등학생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1학년 최아무개(7) 학생은 “(학교에 오니) 기분이 좋다. 수업이 재미있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재미있어서 매일 학교에 오는 것이 좋다”고 등교를 반겼다. 6학년 김아무개(12) 학생도 “6학년은 매주 월·화요일 학교에 오는데 (등교 안 하는 날은) 친구들이 보고 싶다. 부모님도 내가 집에서는 딴짓할 수 있으니 학교에 매일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번동초 1학년 자녀를 둔 송숙희(38)씨는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유치원 때부터 단체활동 연습을 거의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아이들이 지금이라도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학교에 나가 단체생활을 익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1학년 자녀를 둔 김세라(39)씨도 “전면등교가 나은 것 같다. 1학년은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게 어려웠다. 저희는 맞벌이가 아니니까 학습 그나마 아이 학습을 도왔는데, 맞벌이 부부는 너무 힘들 것 같다. (온라인수업 기간 동안) 학습 격차가 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 학교가 개학한 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 4학년 한 교실에서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국 대부분 학교가 개학한 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 4학년 한 교실에서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전 광주/최예린 김용희 기자, 천호성 이승욱 김윤주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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