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권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6일 대전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전날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에 관한 ‘갑질 의혹’ 기자회견를 하고 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제공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노조가 직장 내 갑질이 원인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인 ㄱ(46)씨는 전날 오전 11시께 의식을 잃은 채로 집에서 발견됐다. 출동한 119가 ㄱ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소생하지 못했다. 전 대전소방본부 직장협의회장인 ㄱ씨는 우울감을 호소하며 병가를 내고 지난 6월부터 휴직 중이었다. ㄱ씨는 “누가 뭐라 해도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가족·어머니 미안해요”라고 쓴 유서를 남겼다.
ㄱ씨의 죽음과 관련해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ㄱ씨의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이 갑질을 당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코로나 상황에서 구내식당 대신 외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간부 ㄴ씨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 5월 작성한 글에서 “지난 4월23일 야간근무를 하고 퇴근하려고 하는데 ㄴ씨가 직원들이 모여 있는 회의실에 저를 들어가게 유도한 뒤 다른 직원들도 몇 명 불러 놓고 저를 인민 재판하듯이 몰아붙였다”며 “동료들이 따지며 (나에게) 달려드는 데에 큰 충격을 받았고, 다른 상사도 저에게 폭언을 하는 등 1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시달렸다”고 적었다. ㄱ씨는 이 사건 이후 우울감을 호소해왔다.
ㄴ씨는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4월23일 ㄱ씨가 면담요청을 해왔는데, 몇 가지 이야기를 하던 중에 (ㄱ씨가) 점심 문제를 이야기해서 상황실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의 의견도 들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당시 근무하던 직원들하고 함께 20분 정도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ㄴ씨는 “구내식당 식사는 전체 부서원들의 코로나19 1차 백신접종이 끝난 뒤 재개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ㄱ씨 팀 아닌 다른 팀들도 의견을 모아달라고 하고 면담 자리에서 나왔다”며 “그 이후 팀장 주재로 나머지 회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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