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삽교읍 효림리 새마을지도자 홍중기(65)씨가 자신의 과수원과 울타리 너머로 붙어 있는 헬기 정비공장 쪽을 가리키며 이 공장으로 인한 환경 피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만 사과 농사를 13년 동안 지었는디, 소음이랑 매연 때문에 살 수가 없었어유. 헬기가 공회전을 시작하면 매연이 퍼져 일하다가도 도망가기 일쑤쥬.”
지난 16일 오전 충남 예산군 삽교읍 효림리 마을회관 위로 막 이륙한 소방헬기 한대가 매연을 뿜으며 지나갔다. 공장 옆 과수원 주인인 홍중기(65)씨는 “매연이 바람을 타면 마을에 매캐한 냄새가 진동해유”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효림리에서 나고 자란 장을순(83)씨는 3년 전부터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장씨는 마을회관에서 직선으로 1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헬기 정비공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는 헬기 이착륙 소리 때문에 청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기침과 가래로 잠을 설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10년 사이 폐암으로 죽은 사람만 6명”이라던 장씨는 “정비공장이 생기고 폐병 환자가 생기기 시작했지. 매연도 있고, 헬기 페인트 벗길 적에 나오는 것들(오염물질)도 있고…. 전부 공기 중에 퍼져서 우리네 몸이 시원찮은 것 같어”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16일 오전 충남 예산군 삽교읍 효림리 위로, 인근 헬기 정비공장에서 수리를 마친 소방헬기가 날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뜨고 내리는 헬기로 인한 소음·매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헬기 정비업체가 이 마을에 자리잡은 때는 1987년이다. 시운전은 대개 하루 5~6차례 이뤄진다고 한다. 1만1831㎡ 규모에 이르는 정비공장에서 올 한해 헬기 61대를 정비했다.
주민들은 청주, 김포 등 다른 지역 헬기 정비공장은 비행장에 딸려 있는데, 유독 이곳만 일반 마을에 있다며 문제로 삼아왔다. 예산군에 수차례 민원을 넣고,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청원도 해봤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
주민들 민원에 예산군은 2019년 현장조사에 나서, 정비공장 소음이 68㏈로 기준치(65㏈)를 넘는다며 개선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업체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1심에서는 예산군이 승소했지만 2심과 3심은 업체 손을 들어줬다. 예산군이 내놓은 자료는 항공기(헬기)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공장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업체 쪽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산군 관계자는 “항공기 소음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므로 우리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매연 피해는 헬기 매연검사를 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업체 쪽은 “소음 민원 때문에 흙을 쌓은 방음둑을 설치하는 등 노력을 했다. 매연의 경우 공장이 아니라 헬기를 보내는 기관이나 업체 쪽 책임이라 애매한 부분이 많다”라며 “충북 청주, 충남 서산 등으로 이전을 바라는 요청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고, 현재 직원 수와 월급도 줄일 만큼 경영이 어려워 당장 이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호소하는 환경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옆 삽교역, 컨테이너 물류센터가 있고, 예산 일반산업단지와도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전해온 삽교역에는 하루 여객열차 28대, 화물열차 13대가 운행되고 있지만 소음기준(주간 70㏈, 야간 60㏈)을 넘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았다. 삽교역사에 붙어 있는 컨테이너 물류센터, 삽교역 뒤편의 예산 일반산업단지도 소음과 분진, 악취 등의 원인이라는 게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난 8월에는 이 산업단지의 한 업체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헬리콥터 정비공장을 포함해 이 지역의 건강·환경 피해 역학조사가 필요한데, 예산군 등 관계기관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군 삽교읍 효림리에 인접해 있는 컨테이너 물류센터 모습. 컨테이너를 들고 내릴 때 발생한 분진이 마을로 넘어와 주민들이 환경·건강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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