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9일 김규복 전 대전빈들교회 담임목사의 계엄법·포고령 위반죄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목사(가운데)가 재판이 끝난 뒤 대전지법 앞에서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예린 기자
“5.18 정신에 부끄럽지 않게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이제 남은 생애도 참된 민주주의를 위해, 민중의 해방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40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김규복(69) 목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9일 김규복 전 대전빈들교회 담임목사의 계엄법·포고령 위반죄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차 판사는 “전두환 등이 1979년 12월12일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뒤 80년 5월17일 비상계엄 확대 선포를 시작으로 81년 1월24일 비상계엄 해제에 이르기까지 행한 일련의 행위는 헌법상 내란죄 등 헌정질서파괴 범죄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에 적힌 피고인의 행위는) 헌법 수호자인 국민으로서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파괴 범죄에 저항해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해 (전두환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김 목사는 연세대 학생이던 1980년 5월 서울에서 ‘전두환이 군부를 장악해 현 정부를 짓밟고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려 한다. 전두환은 물러나라’는 내용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 담긴 유인물을 1만여부 만들고, 연세대 학생 1천여명을 이끌어 도심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로 수배된 뒤 그해 6월 광주 5·18 민주화운동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각 대학 지도부와 도심시위를 계획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0월 경찰에 붙잡혔다. 1981년 1월24일 군법회의에서 계엄법·포고령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대전지검은 직권으로 김 목사 재심을 청구했고, 10월21일 대전지법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김 목사는 1981년 출소 뒤 대전으로 내려와 대전신학대학교 등에서 공부하고, 빈들교회를 개척해 평생을 빈민과 이주노동자, 환경·평화 운동에 헌신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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