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는 기간 동안 정부부처 행정전산망 전원을 차단해 수십차례 장애를 일으킨 전산장비 관리 담당자에게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문보경)는 최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ㄱ씨(32)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ㄱ씨는 파견업체 소속으로 정부 통합데이터센터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전산장비 유지·관리 업무를 해오며, 수십차례에 걸쳐 행정안전부 인터넷망 서비스 관련 통신장비 전원을 무단으로 차단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등 조사결과, ㄱ씨는 지난해 3월15일 10시22분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전원 공급 코드를 무단으로 뽑아 같은 날 오전 10시35분까지 약 13분 동안 전자문서 진본 확인센터 누리집 등 4개의 행안부 인터넷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김씨의 전원 차단으로 2019년 12월31일에는 85분 동안 행안부 등 6개 기관 서버가 다운됐고, 2020년 1월6일에는 77분 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위성전파감시센터 등 6개 기관에서 인터넷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2020년 4월1일에도 90분 동안 교육부 등 6개 기관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ㄱ씨는 2019년 12월11일~2021년 3월15일까지 약 1년3개월 동안 55차례에 걸쳐 행안부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국가보훈처,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기관 20여곳의 행정전산망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년3개월 동안 네트워크 장비 장애로 정부부처 전산서비스가 20시간30분가량 멈췄다”며 “이 중 정부부처 업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 것은 16건으로, 586분 동안 장애가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정보자원관리원은 시스템장애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시점마다 ㄱ씨가 출입한 기록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ㄱ씨는 법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의 갑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1심(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은 “전산망을 유지·보수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장애를 발생시켰다. 그의 범행으로 국가 기관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국가 기관의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 국민이 상당한 유·무형의 피해를 봤다”며 징역 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범행 횟수보다 실제 발생한 장애가 적었다”며 감형했다.
정보자원관리원 쪽은 “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는 기술적인 부분이어서 전문업체에 맡기고 있다”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시스템 장애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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