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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 성지’ 옥천 공동체라디오 <OBN> 또 다른 명물로

등록 2022-01-27 04:59수정 2022-02-25 12:07

성금 1억원 모금 청암 송건호 선생 기념사업회 운영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주민이 제작 42개 프로 방송
옥천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 <오비엔>의 청소년 프로그램 ‘프롬틴’을 만들고 진행하는 청소년.
옥천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 <오비엔>의 청소년 프로그램 ‘프롬틴’을 만들고 진행하는 청소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언론문화제를 열고 ‘안티조선 운동’을 시작해 ‘독립언론 성지’로 불리는 충북 옥천에 또다른 언론 명물이 생겼다. ‘옥천 에프엠(FM) 공동체 라디오’ <오비엔>(OBN)이다. 지역주민 등이 십시일반 모금으로 방송국을 만들고, 프로그램도 주민 스스로 만든다. <오비엔>은 풀뿌리 방송으로서 이웃 이야기를 따끈따끈하게 구워 담는다는 뜻을 담아 ‘오븐’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한달 남짓 전인 지난달 21일 개국한 <오비엔>은 42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오전(10~12시), 오후(2~9시) 9시간 송출하고, 나머지 시간대는 음악방송을 한다. 프로그램 진행·출연진이 줄잡아 80~100명가량인데, 대부분 옥천 사람이다. ‘안티조선 운동’의 불을 지핀 오한흥(64) 전 <옥천신문> 편집국장·사장이 대표, <옥천신문> 시민기자 등을 지낸 이해수(30)씨가 편성국장을 맡아 방송을 총괄한다. 기획·대본·기술 등을 담당하는 인턴 피디 8명은 모두 20~30대 청년들이다. <옥천신문>이 운영한 언론학교 등에서 방송을 익힌 이들이다. 오 대표는 “우리 방송은 여느 방송 같은 형식, 제약, 제한이 없다. 누구나 만들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옥천 주민 5만여명이 적어도 한차례 이상 방송에 출연하게 하는 게 우리의 소박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비엔>은 철저하게 옥천을 지향한다. 옥천 사람이 옥천 이야기를 만든다. 그중에서도 ‘청소년’이 눈에 띈다. 방송 골든타임인 월~목요일 밤 8~9시를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집중 배치했다. ‘프롬틴’(월)은 옥천여중 3학년 학생 3명이 주로 만든다. 시험, 졸업, 영화 등 청소년들의 관심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상황극으로 풀어간다. ‘청라반하나’(화), ‘지엔제이(GNJ)라디오’(수), ‘인생초짜 틴에이저’(목) 등도 청소년 방송이다. ‘청라반하나’를 만들고 진행하는 정다원·조민희(16)양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말할 수 있어 좋다. 더 많은 친구가 참여하고 출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옥천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 <오비엔>에서 ‘세시의 데이트’를 진행하는 옥천 버스킹연합회.
옥천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 <오비엔>에서 ‘세시의 데이트’를 진행하는 옥천 버스킹연합회.
방송 주인공도 주민들이다. 결혼 이주여성의 옥천살이 등을 풀어낸 ‘우리가 말하는 우리 이야기’는 부티탄화 옥천 결혼이주여성협의회 회장 등이 만들고 진행한다. 다문화가정 이야기를 담은 ‘옥천을 세계로, 세계를 옥천으로’는 네팔 아내와 가정을 꾸린 김원희(48)씨가 진행한다. 김씨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 방송이어서 소중하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독립언론인 <옥천신문>과 협업하기도 한다. 옥천신문 권오성 기자가 ‘이웃 소식과 과학 상상’을, 이현경 편집국장은 ‘뷰포인트’를 통해 옥천과 세상을 톺아본다. 옥천 마을 곳곳을 탐방하는 ‘옥천에 살어리랏다’, 맛집을 찾아 소개하는 ‘찾아라 맛도둑’ 등 생활밀착형 프로그램도 반응이 좋다.

주민 정순영(40)씨는 “고정 애청자다. 청소년, 결혼 이주여성 진행 프로그램을 자주 듣는데 덜 매끄럽고, 조금 서툰 진행이 오히려 정감 있다”고 했다.

<오비엔>은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가 만들고, 운영한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청암 송건호(1926~2001) 선생은 1975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재직 때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기자 150여명이 강제 해직되자 함께 사표를 던지고 재야 언론인의 길을 걸었고 훗날 <한겨레>를 창간해 초대 사장을 지냈다. 이후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 여러 저작을 내놓기도 해 ‘언론의 사표’로 불렸다. 옥천 주민들은 2000년 8월15일 ‘조선일보 바로 보기 옥천시민모임’을 꾸리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안티조선 운동’을 시작했으며, 2003년엔 선생을 본보기로 언론문화제를 열었다.

<오비엔>은 송건호 기념사업회가 주민 성금 1억원을 모아 개국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아쉬운 점은 104.9㎒ 주파수로 방송하는데, 소출력(10W)이라 옥천읍과 군서·군북·동이면 등에서만 들을 수 있다. 청취권에는 1만5천가구, 3만명 안팎이 살고 있다. 옥천군 인구(5만명)의 절반 남짓이다. 대신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옥천 FM)을 내려받으면 전국에서 들을 수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오비엔 제공

옥천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 <오비엔> 애플리케이션.
옥천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 <오비엔> 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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