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봉명고에 지난 22일 오전 11시께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들을 위해 쌀을 기부하고 싶어요. 학교가 알아서 좋은 곳에 써 주셨으면 해요. 3학년 학부모인데 이름은 묻지 마시고요.”
이튿날 오전 10시께 10㎏짜리 쌀 100포를 실은 차가 교내에 들어왔다. 김소명 봉명고 교무부장은 “워낙 간곡하게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말에 더는 여쭙지 않았다. 목소리로 비춰 50대로 추정할 뿐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학교는 이 독지가의 말대로 쌀을 학교 안 교육급여수급 학생, 특수교육대상자 등 50명에게 2포씩 나눠 주기로 했다. 신배식 봉명고 교장은 “이 학부모가 기증한 사랑의 쌀이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위축된 교육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됐다. 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학생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