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과 한 학생이 11일 개통한 혜금길을 손을 잡고 지나고 있다.
34년 만에 장애의 울타리가 걷혔다.
충북 청주시 중고개로에 있는 청주혜원학교와 금천고는 11일 ‘혜금길’을 개통했다. 두 학교는 경계를 이루던 철제 울타리 한 부분을 걷어 내고, 혜원의 ‘혜’, 금천의 ‘금’을 딴 소통 길을 냈다.
청주혜원학교는 1980년 장애 학생 특수학교로 개교한 뒤 1988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고, 청주 금천고는 1988년 일반계고등학교로 개교했다. 두 학교는 이때부터 울타리를 경계로 이웃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학교, 교육 특성을 이유로 두 교류가 많지 않아 가깝지만 먼 이웃처럼 지냈다.
최선미 청주혜원학교 학생회장과 이송윤 금천고 학생회장(왼쪽부터)이 11일 혜금길 현판을 보이고 있다.
두 학교는 34년 만인 이날 울타리 한쪽에 소통 길을 내면서,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됐다. 학생 등의 안전 등을 고려해 혜금길은 두 학교 교육활동 시간 중에만 개방된다. 금천고의 한 학생은 “장애인과 지내본 경험이 많지 않은데 혜원학교에 드나들면서 장애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천고는 운동장·그늘막·정자 등 학교 시설을 혜원학교 학생들에게 개방할 참이다. 또 금천 배수지로 통하는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다. 두 학교는 장애 이해 통합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 공동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송준혁 금천고 교사는 “혜금길을 계기로 두 학교가 장애와 비장애의 울타리 없이 한데 어우러지길 기대한다. 앞으로 두 학교 학생들이 교류하며 통합 교육·봉사 등을 하는 것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