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청주 무심천 자전거길. 청주시의 가지치기 작업으로 앙상한 모습으로 변한 능수버들과 우아한 자태를 보이는 능수버들이 대조를 이룬다.
충북 청주시가 무심천의 명물 능수버들 30그루의 가지를 잘랐다. 청주시는 능수버들 주변 자전거길·산책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잘랐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진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14일 “지역의 자랑이자,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무심천변의 능수버들 30그루의 가지가 마구 잘려나갔다. 가지치기로 보기엔 너무 심하게 잘랐다. 앙상한 닭발처럼 변해 명물이 흉물이 됐다. 자연을 훼손하는 시의 행태가 어이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무심천 북쪽 자전거길·산책로 주변엔 앙상하게 변한 능수버들 30그루가 서 있다. 주변엔 잘려나간 가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청주시가 지난 12일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한 탓이다. 이 구간은 능수버들 90그루가 이어져 장관을 이루는 무심천의 명소다. 이날 무심천 산책로에서 만난 시민 김아무개(44)씨는 “무심천 구간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모양도 예쁘지만 여름이면 나무 그늘이 좋아 자주 찾곤 한다. 너무 심하게 가지를 잘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가 진행한 가지치기로 흉물스럽게 변한 무심천 능수버들. 14일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청주시의 무리한 가지치기에 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김정환 청주시 하천방재과 주무관은 “능수버들 가지가 늘어져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가 하면, 자전거길·산책로 등을 비추는 조명을 가려 가지치기 작업을 했다. 2년마다 한 번씩 시민 안전을 고려해 가지치기 작업을 한다. 시민들의 민원도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던 시민 이아무개(52)씨는 “자전거를 타고 이 구간을 지나면서 불편을 느낀 적은 없다. 필요하다면 길 쪽으로 늘어진 가지 몇 개만 자르면 될 텐데 너무 심하게 잘랐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애초 능수버들 90그루 모두 가지치기 작업을 하려 했지만 환경단체, 시민 등의 항의가 이어지자 작업을 멈췄다. 김정환 청주시 하천방재과 주무관은 “환경단체와 시민 등의 항의가 있어 가지치기 작업을 멈췄다. 나머지는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조명을 가리는 나무만 선별적으로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14일 충북도청 앞 버즘나무 가로수. 청주시가 진행한 가지치기로 앙상한 모습이다.
환경단체는 청주시에 무분별한 가로수 가지치기 중단을 촉구했다. 청주시는 통신·전기·교통·안전 등을 이유로 청주 시내 버즘나무 가로수 4830그루의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했다. 김천기 청주시 산림환경팀 주무관은 “버즘나무가 전선, 통신선 등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해마다 가지치기 작업을 한다. 전선·통신선이 없는 구간도 버즘나무 열매의 가루가 날리거나, 교통·통행·농작물 생장 등에 불편을 줄 수 있어 가지치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청주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미세먼지 피해 지역인데 원칙 없이 진행되는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너무 많다. 필요 없는 가지치기 작업은 중단하고, 도시림과 가로수를 보호하고 늘리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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