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영환(왼쪽),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충북지사 후보가 27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도정설명회에 참석해 도정 현안 등을 듣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인 이시종 충북지사가 여야 후보 모두를 초청해 도정설명회를 열어 눈길을 끈다.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이 소속 정당뿐 아니라 경쟁 정당의 후보까지 불러 현안 설명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는 여야 후보들도 이날만큼은 열기를 가라앉히고 현직 지사의 브리핑을 차분하게 경청했다.
충북도는 27일 오후 도청 대회의실에서 민선 8기 충북지사 후보 초청 도정설명회를 했다. 설명회엔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가 나란히 참석했다. 충북도는 도정의 주요 현황은 물론 충북이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현안 사업에 대해서도 두 후보를 상대로 자세히 설명했다. 도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도가 추진하는 사업이 양당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돼 차기 집행부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광역자치단체가 선거 직전 여야 후보를 모두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앞서 충북도는 지난 2006년 이원종 충북지사가 당시 민선 4기 충북지사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초청 도정설명회를 연 바 있다. 이때에는 한범덕(열린우리당)·정우택(한나라당)·배창호(민주노동당)·조병세(국민중심당) 후보 등 여야 후보가 모두 참석했다. 16년 만에 연 후보 초청 도정설명회인 셈이다. 설명회를 마련한 이시종 지사는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약 등에 반영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충북은 늘 배고픈 지역인데, 두 후보가 도민들이 배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충북도는 행정·경제부지사와 실·국장은 물론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충북도립대 총장 등 도의 주요 간부 공무원을 일일이 소개했다. 이어 카이스트 오송 바이오 메디컬 캠퍼스 타운 조성, 첨단 산업 맞춤형 인공지능 영재고 설립, 청주 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등 15가지 충북 현안을 설명하고, 공약 채택을 요구했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와 충북도청 간부 등이 27일 충북도정 설명회에서 현안 등에 관한 간담회를 했다.
충북도는 27일 충북도청에서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를 초청해 도정 설명회를 열었다.
이어진 정책 간담회에서 노영민 후보는 △방사광 가속기 관련 인력 양성 △에스케이하이닉스 생산 라인(M-17) 증설 대책 등을 질의했고, 김영환 후보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충청권 광역철도 오창 연결 등을 물었다. 노 후보는 “민선 8기 충북 도정의 눈부신 성과를 잘 잇도록 노력하겠다. 도정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 열심히 공부해 충북 도정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충북 도정엔 여야가 없다. 도정 효율 극대화를 위해 설명회는 좋은 기회다. 좋은 것은 계승하고, 보완할 것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도정 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엄태석 서원대 공공서비스대학 교수(정치학)는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단체장이 연 후임자 대상 설명회는 도정 이해도를 높이고,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바람직한 시도다. 다른 자치단체 등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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