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과 여순, 동백이 피엄수다’ 대전 전시회 포스터. 제주4·3범국민위원회 제공
대전에서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의 아픔을 느끼고 기억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에는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의 참상을 알리는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 기획전시실에서 ‘4·3과 여순, 동백이 피엄수다’ 전시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4·3사건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근거가 담긴 ‘4·3사건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진상규명 토대가 된 ‘여순사건법’의 국회 통과를 기념해 마련된 이 전시는 지난 3월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대전·대구·부산에서 6개월 동안 이어 열리는 순회전이다. 광주에서는 오는 26일 전시가 끝난다.
이번 전시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대전·서울·제주·여수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 11명이 참여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임재근 작가는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현장의 과거와 현재를 사진에 담았고, 손유진 작가는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야만의 역사를 인두화로 표현했다. 현아선 작가는 4·3 현장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연필화로, 이수진 작가는 해방 이후 70여년의 역사를 보리줄기로, 정기엽 작가는 토벌대에 의해 사라져버린 한 마을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박금만 작가는 여순항쟁의 진실을 역사화로, 이찬효 작가는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의 함성을 조각으로 표현했다. 미군이 당시 작성한 비밀 해제 문서들과 당시 언론 기사, 정부 기록 등도 전시된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 유가족과 대전 지역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시를 주최한 제주4·3범국민위원회의 백경진 상임이사는 “대전은 제주4·3 영령들이 신원도, 명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아픈 곳”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국가 폭력과 이에 저항한 민중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인권 유린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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