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중 학생과 단양군청 공무원 등 197명이 21일 지름 5m 원형 틀에 올라 ‘시루섬의 기적’을 재연했다. 단양군 제공
“3분이 30분처럼 느껴졌는데, 어떻게 14시간을 버텼을까요. 정말 기적이네요.”
21일 충북 단양중학교 학생과 단양군 공무원 등 197명이 지름 5m, 높이 30㎝ 원형 틀 위에 오르는 실험에 성공했다. 실험은 단양문화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단양군 공무원이 원형 틀 가운데 서자, 체험 학습에 나선 단양중 학생들은 남녀를 구분해 하나둘 틀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197명이 틀 위에 오르자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몇몇은 틀 위에 발 반만 걸친 채 까치발로 서야 했다. 아예 한쪽 발만으로 버티는 학생도 보였다. 학생 등은 손을 잡거나, 팔과 팔을 이어 틀에서 이탈하려는 것을 서로 막았다. 그렇게 3분을 버티다 틀 아래로 내려왔다. 애초 5분을 견디려 했지만 단양중 인솔교사가 말렸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듯해 멈춰달라고 했다. 코로나 걱정도 있었다. 3분이 30분처럼 여겨졌다”고 했다. 김상철 단양군 문화예술팀장은 “학생들 틈 사이에 섰는데 등과 온몸에 땀이 흘렀다. 이 상태로 14시간을 버텨 목숨을 건진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말했다.
시루섬이 보이는 남한강 변에 세워진 ‘시루섬의 기적’ 조형물. 단양군 제공
이들이 이날 재연한 건 50년 전인 1972년 8월19일 태풍 베티가 한반도 내륙을 강타했을 때 단양읍 증도리 시루섬 주민 198명이 지름 5m 남짓 물탱크 위에서 14시간을 버텨 생존한 ‘시루섬의 기적’이다. 당시 호우를 동반한 태풍은 같은날 오후 3시께 남한강 유역 시루섬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44가구 주민 250여명을 고립시켰다. 청년 등 몸이 날랜 이들은 원두막, 높은 건물 등으로 피했지만, 남은 198명은 지름 5m, 높이 6m 남짓한 마을 공동 식수용 물탱크에 올랐다. 이들은 다음날 새벽 5시 구조대가 올 때까지 손을 맞잡거나, 팔과 팔로 띠를 만들어 서로를 의지했다. 당시 아이들이 많았는데, 안타깝게 100일 무렵 아이 하나는 압박 탓에 숨을 거뒀다. 당시 물탱크 위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김은자(66)씨는 “시커먼 물바다 위에서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그때만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날 행사는 ‘시루섬의 기적’ 50돌을 맞아 단양군과 단양 예총이 기획하고, 단양중 학생들의 참여로 이뤄졌다. 단양군은 다음 달 19일 시루섬 생존자 재회 행사도 열 참이다. 당시 물난리 때 시루섬의 모든 집이 떠내려가면서 마을은 주변 현천리로 집단 이주했고, 시루섬은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작은 섬으로 흔적만 남았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