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전 보문산 보운대 인근에서 발견된 하늘다람쥐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 보문산 전망대 건설 예정지에서 멸종위기종 하늘다람쥐가 발견됐다.
지역 환경·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보문산 인프라조성사업 중단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보문산 보운대에서 50m 떨어진 인공둥지상자에서 번식 중인 하늘다람쥐를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천연기념물 328호인 하늘다람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여러 수종이 뒤섞여 울창한 혼합림에서 서식한다. 특히 둘레 30m 이상의 나무에서 잘 사는데, 대전의 경우 고수령 혼합림이 보전된 보문산과 식장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는 2013년 시민 공론화를 통해 하늘다람쥐를 깃대종(지역을 대표하는 동식물)으로 정하기도 했다.
보문산에 하늘다람쥐가 사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보운대 인근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대책위는 “보운대 근처에는 하늘다람쥐 외에도 멸종위기종인 소쩍새와 솔부엉이가 서식하고 있다. 2019년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노란목도리담비와 삵도 발견됐다”며 “보문산 산림을 보전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는 보문산 보운대 자리에 48.5m의 목조전망대를 세울 계획이었으나 민선 8기 이장우 시장 취임 뒤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대신 이 시장은 사업 규모를 키워 이곳에 4층 규모의 문화체험시설을 짓고, 다른 터에 150m의 고층타워를 짓는 등 보문산을 대규모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보문산에 고층타워와 스카이워크,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을 건설할 경우 하늘다람쥐 번식처 훼손은 불 보듯 뻔하다”며 “대책위는 대전시가 스스로 지정한 깃대종의 서식환경을 훼손하지 않길 바라며, 추진하려는 고층타워와 케이블카 설치 중단을 촉구한다. 시가 시민과 함께 보문산은 물론 대전의 생태환경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