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9월2일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헬기 헌납식에서 충남호가 도민에게 첫선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 사진자료
50년 전 충남 도민이 성금을 모아 산 헬기가 문화재가 됐다.
충남도는 당진시 한국도량형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헬기 ‘충남호’를 충남도 등록문화재로 고시했다고 20일 밝혔다. 도는 “충남호는 충남 1호 헬기로, 충남 역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긴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충남호는 가와사키-벨 47G3B(4인승) 기종으로, 전체 길이 10.70m, 높이 2.60m, 로터(회전 날개) 직경 10.80m, 중량은 726~1111㎏이다. 라이커밍사의 260마력의 피스톤 엔진 1기를 동력으로 2시간30분 동안 최대 시속 161㎞로 비행했다. <한국일보>가 같은 기종을 취재에 사용했다.
농작물병충해방제에 나선 충남호가 도로에 착륙해 급유를 받고 있다. 대전시 사진자료
충남호는 1972년 9월2일 당시 행정구역이 충남이던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 시민위안잔치 겸 헬기 헌납식에서 첫선을 보이며 등장했다. 충남호는 앞서 8월3일 도입돼 국적기호 HL, 등록기호 6112를 부여받고 같은 달 28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헬기는 도민 성금 4070만원으로 구매했다. 당시 도민들은 낙도오지 행정 연락, 농작물 병충해 방제, 산림해충 구제, 방역, 재난구조, 대간첩작전, 항공촬영, 지도제작 등 업무에 지역 행정기관 소속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1972년 1월 충남호헌납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이 헬기는 육군 조종사 출신 최성모씨를 비롯해 행정, 정비, 유조차 담당 등 4명이 팀을 이뤄 17년 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운항하다 1989년 4월21일 비행을 끝으로 같은 해 12월29일 퇴역했다. 총 비행시간은 1649시간10분이다.
충남호 헬기가 한국도량형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다. 당진시 제공
이 헬기는 충남도교육청에 기증돼 교육자료로 쓰이다 2019년 한국도량형박물관이 구매해 복원한 뒤 ‘비행기 단위 이야기’ 프로그램에 활용해 왔다. 송석오(86·대전시 서구 관저동)씨는 “헬기를 산다고 해 월급에서 얼마인가 성금을 냈다. 자동차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며 “공설운동장에서 헬기를 보며 기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문화재가 됐다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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