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충청

지팡이 짚은 노인이 1억을 내밀었다…“장애아동 위해 써주세요”

등록 2022-11-24 18:40수정 2022-11-24 23:23

청주시청 찾아와 기부
종로 탑골공원.&nbsp;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기사와 무관한 사진)
종로 탑골공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산타할아버지가 조금 일찍 찾아왔다.

충북 청주시는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90대 할아버지가 현금 1억원을 기부했다고 25일 밝혔다. 갈색 점퍼에 지팡이를 짚은 단아한 노인은 지난 22일 오후 3시께 청주시 내덕동 청주시청 임시청사 2층 복지정책과를 찾아 흰색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1억원인데 기부하고 싶어요.”

이 말을 들은 우정수 청주시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 주무관은 귀를 의심했다. 우 주무관이 다가가자 이 노인은 “평소 방송 등에서 기형 등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우 주무관이 행정기관인 청주시에선 현금을 받을 수 없고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입금해야 한다는 뜻을 알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 주무관은 노인의 팔을 잡고 이웃 건물 청주시금고(농협)로 향했다. 노인은 걸음이 약간 불편했다. 우 주무관은 10분 남짓 걸으며 이름, 나이 등을 물었지만 노인은 “90살 한창 넘었어요. 다른 것은 묻지 마세요. 알리고 싶어서 하는 일 아니니까요”라고 말문을 막았다.

우 주무관과 노인은 농협 계좌를 통해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입금했다. 우 주무관은 “할아버지 자식이나, 사모님께서 뭐라 하지 않으실까요”라고 말을 건네자, 노인은 “허허. 다행히 자식들도 잘 자라 자리를 잡았으니 서운하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괜찮아요”라고 했다. 입금 뒤 노인은 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승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고, 우 주무관은 차가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 주무관은 “워낙 경황이 없어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다. 마치 꿈을 꾼듯한 시간이었다. 어르신의 뜻에 따라 장애인 등을 위해 소중하게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청 임시청사. 청주시 제공
청주시청 임시청사. 청주시 제공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