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미생물배양실에서 농민들에게 공급할 유용 미생물을 생산하고 있다. 당진시 제공
“퇴비 넣었으니 이엠(EM) 받아 와야죠. 이엠을 쓰기 전에는 삽날이 안 들어갈 정도로 땅이 딱딱했는데 지금은 땅이 부슬부슬하니 잘 갈아지고 연작 장애도 없어요.”
허인숙(63·당진시 정미면)씨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생물로 기른 채소는 신선도가 오래가고 식감이 사각거린다. 맛있어서 그런지 수확한 채소 대부분이 지역에서 팔려 판로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허씨는 60평 남짓한 비닐집 5동에서 상추 등 쌈 채소를 땅에서 기르는 토경재배를 한다. 밭에 퇴비를 하고 이엠균을 뿌린 뒤 밭갈이하고 씨앗을 뿌린다. 이엠균은 흙에 있는 유해한 균을 살균하고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는 미생물이다. 보통 2~3개월 단위로 작물을 바꾸고, 재배 기간 동안 수시로 이엠균과 효모균 등을 섞어 살포한다. 그가 이엠균을 받으려고 시 농업기술센터에 드나드는 횟수는 연간 수십 차례에 이른다.
허씨에게 이엠을 공급하는 곳은 당진시농업기술센터다. 시 농업기술센터는 연간 300톤(t) 규모의 미생물배양실에서 이엠균을 비롯해 고초균·효모균·유산균 등 생균제, 단일균인 광합성균을 생산한다. 2013년부터 미생물 공급 사업을 시작했다. 총 균수가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고품질의 이엠균 1ℓ는 100원, 생균제 등은 1ℓ 당 200원에 공급한다. 시중 판매가 보다 싸고 우수해 농민들에게 인기다. 지난 한 해 동안 농가 3843곳에 270톤을 공급했다.
이엠균은 땅의 유해균을 소독하고 작물의 생육을 촉진한다. 고초균은 뿌리에 영양분이 잘 공급되게 하는 구실을 하고 효모균은 땅에 영양을 공급해 땅심을 높인다. 유산균은 작물의 칼슘 흡수를 돕는다. 광합성균은 땅속 질소를 잡아줘 토양을 비옥하게 해 과일·뿌리식물의 품질과 저장성을 높인다. 이엠균은 양계장·축사 등 가축·가금류 농장에서 사용하면 분뇨 악취를 줄이고 가축 등의 소화 흡수율을 높인다고 한다. 양계장·축사를 소독하는 효과도 있다.
시 농업기술센터는 품질이 우수한 유용 미생물을 생산하기 위해 해마다 두 차례씩 위탁해 품질을 검사하고 농가에 미생물 사용법 등을 알린다. 신지영 당진시 과학영농팀장은 “다음 달 10일까지 미생물배양실의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있다. 더 좋은 품질의 유용 미생물을 생산‧보급해 보다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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