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농업기술원이 ‘화상병 저항성 사과 대목 기내 대량증식 배양방법’을 특허출원했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 제공
충북 충주 등 사과·배 주산지를 초토화했던 ‘과수 괴질’ 과수화상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은 ‘화상병 저항성 사과대 목 기내 대량증식 배양방법’을 특허출원했다고 3일 밝혔다. 조직 배양을 통해 과수화상병에 강한 저항성을 지닌 사과 대목(접을 붙이는 밑나무)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충북농업기술원은 품종 출원·연구기관인 미국 코넬대 제네바연구소가 내놓은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에 대한 사과 대목의 저항성’ 연구 등을 바탕으로 과수화상병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는 과수화상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며, 연구소는 논문에서 지(G)계열 사과 대목이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이 ‘화상병 저항성 사과대 목 기내 대량증식 배양방법’으로 배양한 사과 대목. 충청북도농업기술원 제공
충북농업기술원은 이 연구를 토대로 △초기 배양 배지 △증식 배양 배지 △뿌리 형성 배지 조성 등 조직 배양 기술을 접목해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강한 사과 대목(접을 붙일 때 바탕이 되는 나무)을 대량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이 기술을 조직 배양 묘목 업체 두 곳에 이전했으며, 2년 뒤 과수 농가에 보급될 전망이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이 ‘화상병 저항성 사과대 목 기내 대량증식 배양방법’으로 배양한 사과 대목. 충청북도농업기술원 제공
이 기술에 따라 전국 사과 재배 농가의 대목이 빠르게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사과는 밑나무라 불리는 대목을 심은 뒤 부사·홍옥 등 품종을 대목에 접을 붙여 재배하는데, 지금 전국 사과 대목의 80% 이상이 엠(M)9, 엠(M)11 등 엠 계열이다. 영국 이스트 몰링사에서 개발한 엠 계열 사과 대목은 탁월한 왜성(작기), 내한성, 조기 재배 등을 이유로 농가로 빠르게 확산했다. 보통 사과나무는 3m 이상이지만 엠 계열 대목은 왜성이 40% 정도로, 키가 1.5~2m 정도로 왜소해 수확·방제 등 작업이 쉽다. 권영희 충북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연구사는 “엠 계열 대목은 왜성 등 장점이 있지만 과수화상병 발병이 쉽고 확산이 빨라 발병하면 모두 매몰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지(G)계열 대목은 왜성이 45% 정도로, 과수화상병 저항성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며, 감염하더라도 전이가 안 돼 발병한 부위만 제거하면 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의뢰로 2020년 ‘생산성 높은 내동성 및 연작에 강한 왜성 사과 대목 선발’ 연구를 진행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주관 연구 책임자 윤태명)은 “지(G)계열(G935) 대목은 내건·내습·내동성 등은 엠 계열(M26)과 비슷하면서도 기상 이변·과수화상병 등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직원이 과수화상병이 발병한 사과나무에서 화상병 궤양을 제거하고 있다.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과수화상병은 사과·배 등 장미과 과수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과수의 가지·열매·잎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붉게 변한 뒤 죽어가는 세균성 전염병으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지금까지 병원균을 다스리는 뾰족한 백신·치료제가 없어 ‘과수 괴질’로 불린다. 대개 발병하면 과수를 매몰 처리하는데 과수를 초토화한다.
국내 과수화상병은 2015년 경기 안성 서운면 배 과수원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지난해 말까지 전국 1713농가에서 945.4㏊가 발병해 모두 매몰 처분됐다. 전국적으로는 경기 10곳, 충북 6곳, 충남 4곳, 강원 3곳, 경북 2곳, 전북 1곳 등에서 발병했다. 특히 충북의 피해가 컸다. 충북은 지난해 말까지 과원 1077곳 559㏊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2020년 506곳 281㏊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021년 247곳 97.6㏊, 지난해 103곳 39.4㏊로 감소세다.
사과·배 주산지인 충주는 지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646곳 324㏊에서 발병해 충북 전체 과수화상병 발생 과원의 62.3%, 발생면적의 60.4%를 차지했다. 충주는 2020년 1734㏊이던 사과 재배면적이 지난해 1092㏊로 37% 줄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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