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원생들 11년 성폭행한 전직 학원장, 2심도 징역 20년

대전법원. 송인걸 기자

“피해자들은 성추행·성폭행당한 경위 등을 경험하지 않으면 못할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어려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항소한 피의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송석봉 부장)는 7일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에 다니던 초등학생·중학생 등 4명을 11년 동안 성추행·성폭행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 등 간음)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형 등을 선고받고 항소한 유아무개(61)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학원 운영자로서 피해자들의 건전한 성장을 도와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성에 관한 결정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아동을 본인의 성적 착취대상으로 삼았으며,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히고 “다만 범행 과정에서 행한 위력이 매우 중하지 않다”며 징역 30년형을 구하는 검찰 항소도 기각했다.

유 피고인은 천안에서 학원을 운영하면서 2010년 초 학원에 다니던 ㅇ(당시 9살)양의 몸을 만지는 등 상습적으로 추행하다 2014년부터 주말에 일대일 수업을 해주겠다며 강의실 등지로 불러내 여러 차례 성폭행해 기소됐다.

앞서 경찰은 2021년 ㅇ양 가족이 피해를 고소하자 조사를 통해 유씨가 2015년 ㅇ양이 고교에 진학해 학원에 나오지 않자 ㅇ양의 동생(당시 10살)을 같은 수법으로 성추행·성폭행하고, 이 학원에 다니던 ㄱ양 등 2명도 강제추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판결하면서 “피고인이 2010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 11년 동안 ㅇ양 자매 등 피해 아동 4명에게 1천여 차례에 걸쳐 위력 간음, 위력 유사성행위, 강제추행을 반복해 범행했다. 특히 ㅇ양 자매는 투병하는 홀어머니 등 형편은 넉넉지 않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 점을 악용해 성적 침해 정도와 강도가 심했다는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양 등은 거절하면 보강수업을 못 받을 것이라는 걱정,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는 데 대한 두려움, 벗어날 수 없는 절망감 때문에 강하게 저항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판 안내문. 송인걸 기자

수사기관에서 언니 ㅇ양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매주 보강수업 시간에 성폭행당했다. (원장이) 말 잘 들으면 숙제를 안 해도 때리지 않고 특별히 챙겨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원쌤(원장)이 만지는 게 너무 싫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었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고 범행 횟수는 (범죄사실보다) 적다”라고 주장하다 최후 진술에서 “법률 용어 등을 잘 알지 못해 범행을 부인하고 항변했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양 자매의 어머니는 6일 입장문을 내어 “우연히 딸아이와 싸우다 피해를 알게 됐다.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경찰·검찰·법원에서 9차례나 떠올리는 등 유죄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그는 “피고는 죽어서도 반성하지 않을 사람인데 형사 절차는 피해자보다 피의자 인권을 더 중시해 답답하다. 아픈 엄마가 아니라 강한 엄마로서 반드시 대가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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