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31일 이임에 앞서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황운하 치안감이 31일 “검찰개혁의 명분을 위해서라면 대전이 아니라 서울에서 출마하라고 해도 하겠다”고 밝혔다. 황 치안감은 이날 대전지방경찰청장 이임식에 앞서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저질스런 사람들은 내가 대전경찰청장으로서 시민 친화적인 직무를 수행한 것을 대전에서 총선 출마를 하려고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고 폄훼한다. 매우 수치스럽다”며 “검찰개혁의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나 인물과 상대할 수 있다면 대전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출마는 공직자로서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는 명분입니다. (선거구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요. 정치는 저의 공직에서의 경험과 시대정신, 가치 체계에 기반해 해야 할 일이 검찰개혁이고 이를 위해 입법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 고려한 것이지 국회의원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황 치안감은 “공수처법이 통과돼 드디어 검찰개혁의 첫발을 딛게 됐다”면서도 “공수처법에 이어 1월3일 수사권조정법안이 국회를 통과돼도 검찰개혁을 이루기는 대단히 미흡하다”고 전망했다. 기소기관인 검찰이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문제를 풀어내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검찰을 기소기관으로 돌리고 수사기능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하는 검찰의 수사기능 분리 형사사법제도가 법제화돼야 비로소 검찰개혁이 완성될 수 있다”고 그동안의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공직사퇴 시한인 다음 달 16일까지 의원면직을 신청할지를 묻는 말에는 “남은 보름여 동안 숙고해 출마와 불출마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저는 아직도 명예퇴직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방치하던 수사를 빌미로 길을 막은 것입니다. 또 의원면직은 제가 중징계받을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신청하면 임명권자께서 받아주실 거로 봅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계급정년이 2년 남아 있다. (출마하지 못하면) 경찰인재개발원장으로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교육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어 그는 “최근 며칠 휴가를 내고 검찰 소환에 대비했다. 검찰에서 연락 오면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31일 이임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면 대전을 떠나 서울에서도 출마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앞서 그는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아직도 서초동에는 검사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 어처구니없는 ‘검동설주의자’들이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권력을 하나라도 놓치면 세상이 무너진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는 검찰 만능주의자들이 착각에서 깨어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입장문이라며 언론에 제공한 보도자료를 인용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가서 자체수사를 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가로채 가서 뭉개기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공수처’ 자리에 ‘검찰’을 넣어 읽으면 현재의 검찰에 딱 들어맞는다”며 “낡은 관습에 집착한다는 건 개혁을 거부하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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