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주민 등이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수용된 우한 교민을 응원하려고 건 펼침막. 오윤주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피해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을 품은 충북 진천, 충남 아산 주민들이 교민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우한 교민 수용 진천 주민대책위원회, 아산 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지역 주민 등은 우한 교민이 잠복기(14일) 격리 생활을 마치고 수용시설에서 퇴소하는 오는 15~16일 조촐한 교민 환송행사를 열 계획이다.
진천 주민 등은 15일 오전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관련 행사를 한다. 이곳 인재개발원에는 우한 교민 173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날 오전 모두 퇴소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우한 교민들에게 선물도 건넬 생각이다. 이봉주 우한 교민 수용 진천주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험한 상황 속에서 맘 졸이며 지냈을 교민들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길 바란다”며 “생거진천 쌀 등 가벼운 선물을 할 계획이다. 우리는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격리가 해제되지만 교민들과 접촉할 수 없는 만큼 펼침막으로 환송 인사를 대신할 예정이다. 진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13일부터 국가인재원 주변 등 곳곳에 ‘잘 가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등의 내용을 담은 펼침막을 걸 참이다. 유재윤 진천 주민자치연합회장은 “입국 전 교민 수용을 반대한 것은 교민이 미워서가 아니라, 수용시설 선정 과정에서 갈팡질팡한 정부를 탓한 것이었다”며 “교민들이 다음엔 관광객으로 진천을 다시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하는 한 초등학생이 진천 주민, 경찰 등에게 보낸 감사 편지.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아산에선 15일 오전 10시께 경찰인재개발원 앞 네거리에서 시민, 충남도·아산시 공무원 등이 떠나는 교민을 환송한다. 이곳에선 우한 교민 700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15~16일 단계적으로 퇴소한다. 윤영숙 아산 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거창한 행사라기보다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환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진천 주민 등은 우한 교민 입국 전 정부의 수용시설 선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교민 수용 반대 집회와 농성을 했지만, 지난달 31일 교민이 입국하자 농성을 풀고 이들을 품었다. 진천엔 12일까지 6억1천여만원에 이르는 성금·후원 물품이 모이는 등 우한 교민과 진천·아산 주민을 응원하는 전국 시민들의 뜻도 줄을 잇고 있다. 격리 생활 중인 우한 교민들은 붙임쪽지, 편지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오윤주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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