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광 충북도농업기술원 연구사와 송용섭 충북도농업기술원장(왼쪽부터)이 31일 ‘충북 바나나’를 선보이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열대 과수 재배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하면서 바나나 재배가 한반도 중부권 충북에 상륙했다. 관상·시험 재배를 넘어 머지않아 새 소득 작물 자리를 넘볼 기세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은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등에 적응하려고 바나나를 새 소득 작물로 연구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충북지역에선 농업기술원뿐 아니라 청주와 충주지역 농가 2곳에서 3000㎡ 규모로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시험 재배 단계지만, 충북 바나나는 상품 경쟁력이 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 등 국외 바나나는 덜 익은 것을 따 국내에 들여올 때 화학 처리를 하지만, 제주 등 40곳 안팎의 국내 바나나 재배 농가는 무농약 재배를 하면서 수입산보다 2~3배 비싼 값을 받고 있다.
박의광 충북농업기술원 연구사는 “바나나 재배는 제주를 넘어 경북 포항, 부산, 전남 등에 상륙했다. 온난화 영향으로 난방비 등 유지 관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충북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유통 경쟁력이 좋아 머지않아 소득 작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양, 일교차 등도 충북 바나나의 강점으로 꼽힌다. 박 연구사는 “충북의 토양은 화산재 토양인 제주에 견줘 치환성 양이온 함유가 높은 양질의 사양·양토가 대부분이다. 일교차도 커 당도·식감이 좋은 바나나가 나온다. 실제 당도를 쟀더니 사과가 16브릭스였는데 충북 바나나는 19.8브릭스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바나나뿐 아니라 열대 과일들의 북방 한계선은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충북에선 패션프루트(백향과)가 진천 등 10곳에서 4.8㏊, 용과는 영동에서 0.4㏊, 구아바는 음성 등 3곳에서 0.5㏊ 재배되고 있다. 제주 원산인 한라봉 등 만감류(수확시기가 늦은 감귤류)는 충주·영동·음성 등 8곳에서 5.3㏊까지 번졌다.
이윤상 충북 농업기술원 과수팀장은 “충북은 시설 재배를 하던 화훼 농가 등이 새 소득원을 찾아 열대 과일 재배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고온 현상에 따라 앞으로 열대 과일 재배 농가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도농업기술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