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학생 대표들이 25일 오후 대전지법 민원실에 학교법인과 이사장·학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학교 인사로 전공 교수님이 떠나고 비전공 교수님이 오시더니 수업 대신 동영상을 틀어줬습니다. 빼앗긴 학습권은 누가 보상해 줍니까?”
전공과 관련 없는 교수 인사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의 재학생들이 학교법인과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대학으로 논산에 바이오캠퍼스 등 전국에 분야별 36개 캠퍼스를 두고 있다.
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학생들은 25일 오후 대전지법에 이석행 학교법인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엄준철 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학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냈다. 이 소송에는 이 대학 재학생 98명이 참여했고, 손해배상 금액은 1인당 50만원씩 총 5천여만원으로 산정했다.
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는 지난 1월 재직 교수(22명)의 41%(9명)을 다른 학과나 캠퍼스로 인사 발령해 논란이 일었다. 대학 쪽은 신입생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개혁이라고 해명했으나 학생들은 전공과목을 비전공 교수가 강의하는 데 따른 여러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항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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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시정을 요구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자 학생들은 지난달 25일부터 학교 안에서 교수들의 원직 복귀를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이어갔고, 지난 9일에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폴리텍 법인과 교육부는 바이오캠퍼스의 교수 전보 조처를 부적절한 것으로 봤다. 한국폴리텍 법인은 지난 2월 바이오캠퍼스의 인사 논란에 대해 조사한 뒤, 학장에게 “절차상 문제가 있다. 3월 개강 전까지 적정하게 조처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도 지난 3일 일부 교수의 전보 처분에 관해 ‘절차상 위법하므로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법인과 학교 쪽은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소장에서 “위법한 전보 처분 때문에 현재 바이오캠퍼스의 수업 중 상당수는 해당 과목의 전공자가 아니거나, 그 과목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실습을 담당하던 교수가 다른 과로 가면서 학생들은 1년 동안 수행하던 과제를 포기하고 다른 과제를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과정의 절반인 1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서 우리는 취업하고자 한 분야를 포기하고 다른 취업분야를 공부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한 학생은 “2학년들은 당장 취업 준비가 절실한데 취업과 연계한 현장실습 기회와 취업처 정보조차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과 수업의 전문성이 떨어져 취업을 한다고 해도 현장 경쟁력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며 “학습권 피해에 대해 학생들은 민원제기, 국민청원, 1인·단체 시위 등 여러 방식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학교와 법인은 해결책 대신 설득, 회유하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준철 학장은 “학생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주로 취업하는 분야로 학과를 통폐합해 계열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며 “계열화 관련 논의는 2018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올해 갑자기 진행된 것이 아니고, 학생들에게는 교수 인사(1월) 전엔 알리진 못했으나 개강 뒤인 지난 5월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바 있다”고 그동안의 주장을 거듭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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