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충청

“우리 친구 씩씩하네” 운동장에서 코로나19 검사한 아이들

등록 2020-07-02 15:33수정 2020-07-02 19:21

학교 내 감염 대전 천동초 전교생 검진
2일 오전 대전 서구 천동초등학교에서 전교생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일 오전 대전 서구 천동초등학교에서 전교생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일 오전 대전 천동초 운동장에 초록 천막 5동이 세워졌다. 코로나19 이동 선별진료소다. 천막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 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 내 감염이 의심돼 1일까지 5학년생 156명에 이어, 이날 나머지 학생과 교사 등 950명의 코로나19 검체 검사가 진행됐다.

“엄마, 나 무서워.” ‘2학년’이라고 써 붙여진 천막진료소 앞에 어린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줄 서 있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서 있던 한 아이는 옆 천막에서 한 아이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금세 울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엄마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안심시켰다.

“옳지, 옳지. 아이고, 우리 친구 정말 씩씩하네.” 천막진료소에서 반별로 검체를 채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30분 정도이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에겐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이날 천동초 이동 선별진료소는 대전의 5개 구 보건소에서 1개 팀씩 70명의 의료진이 운영했다. “조금만 참아보자. 괜찮을 거야.” “우와. 검사도 잘 받고 우리 친구 대단한데” 의료진은 검체 채취를 하느라 바쁜 중에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박수를 쳐주며 아이들을 격려했다.

며칠째 이어진 자가격리로 답답할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질서를 지켰다.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말을 아꼈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시설내부방역팀도 이 학교를 방문해 정밀 방역을 했다.

2일 오전 대전 동구 천동초등학교에서 전교생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일 오전 대전 동구 천동초등학교에서 전교생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도 이 학교를 찾았다. 허 시장을 본 학부모들은 감염병 관련 민원을 쏟아냈다. 한 학부모는 “확진자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데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며칠간 불안에 떨었다. 보건소에 전화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허 시장은 “보건소도 인력이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다. 개선하도록 조처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3명의 학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코로나19 감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확진된 아이나 학부모를 탓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가 함께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천동초 전교생에 대한 검체 채취는 정오께 끝났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3일 새벽 나온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29일과 30일 5학년생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까지 5학년생 전체와 확진된 학생들이 다닌 학원 수강생 등 278명을 검사했으며,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시설내부방역팀이 2일 대전 천동초 교실에서 정밀 방역을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시설내부방역팀이 2일 대전 천동초 교실에서 정밀 방역을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한편 이날 대전에서는 서구 관저동에 사는 40대 부부와 20대 아들이 코로나19에 추가 확진됐다. 남편(대전 123번째)은 엘지유플러스 대전오류점, 아내(126번째)는 대덕구의 한 의원(간호사)에서 일한다. 게다가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부부의 아들까지 확진하면서 교육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 보건당국은 엘지유플러스 오류점 사무실 접촉자 70명의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대전시 보건당국은 “엘지유플러스 사옥에는 콜센터 등 다른 사무실에 36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확진자와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26번째 확진자가 일한 병원은 폐쇄한 뒤 방역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 느리울초 행정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 이들 부부의 자녀(대전 124번째)도 확진되자 대전시는 동구뿐 아니라 다른 구 학생들의 등교 중지도 요청하기로 했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느리울초의 경우 확진자가 학생은 아니지만 학교 안 유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행히 다른 교사·학생 등과 직접 접촉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원격 수업 범위를 동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확대하도록 시 교육청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구 월평동에 사는 70대 여성(대전 125번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구 탄방동 둔산전자타운을 방문한 적이 있는 대전 88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