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서가 유일한 증거로 제시됐던 성폭력 사건의 가해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용찬)는 16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계 등 추행과 간음)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40)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재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렸다.
ㄱ씨는 2016년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 아르바이트하러 온 10대 여학생을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여학생은 2년여 뒤인 2018년 말 “ㄱ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내용 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ㄱ씨는 이 여학생과 합의로 성관계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물증인 유서 내용을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서에는 성폭력 피해 사실 뿐 아니라 학교생활 등 피해자에게 불리한 내용까지 솔직하게 적혀있다. 피해자가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2년 전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식당의 사장인 ㄱ씨를 무고할 뚜렷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피해자 친구의 진술과 ㄱ씨의 성추행 전력도 법원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친구가 피해자로부터 ㄱ씨의 성폭력 사실을 상세하게 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청소년인 피해자가 아르바이트 첫날 본인보다 20살 많은 자신과 신체 접촉에 합의했다는 ㄱ씨의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게다가 피고인은 당시 비슷한 시기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청소년을 추행한 의혹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ㄱ씨의 행위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고, ㄱ씨는 피해자의 유족한테도 용서받지 못했다. 다만, ㄱ씨가 행사한 위력의 정도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범행 뒤 추가적인 형사 처분을 받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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