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 동생이라 밝힌 청원인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갈무리
학부모의 아동학대 주장과 폭언, 민원에 시달리던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 끊은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한 누나를 위해 학부모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어린이집 교사를 폭언하고 욕설을 퍼부은 학부모 등은 약식기소돼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ㄱ씨는 2018년 11월께 어린이집에서 자녀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ㄴ(37)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욕설·막말을 들었다. ㄴ씨와 시어머니 ㄷ(60)씨 등은 다른 교사와 원아가 보는 앞에서 ㄱ씨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15분 동안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ㄴ씨의 고소로 진행된 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은 ‘의심할 만한 정황이나 단서가 없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학대가 없다는 소견을 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불기소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ㄴ씨는 이후에도 시청에 해당 어린이집 민원을 계속 냈고, 결국 어린이집의 운영이 어려워질 상황이 되자 ㄱ씨는 원장의 부탁을 받고 어린이집을 그만둔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ㄱ씨의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ㄴ씨 등은 어린이집 안팎에서 제 누나가 아동학대를 했다며 원생의 학부모뿐 아니라 어린이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과 인근 병원 관계자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시청에 매주 민원을 제기해 어린이집이 정상적인 보육업무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썼다. 이어 청원인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누나의 심적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게 됐다. 누나의 숨통을 조여왔다”며 “ㄴ씨 등을 강력하게 처벌해 이런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청원에 동의해달라”고 했다.
한편, ㄴ씨와 ㄷ씨는 이 일과 관련해 업무방해·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7일 각각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피해자인 ㄱ씨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근거 없이 단정하고서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시청에 민원을 지속해 제기하는 등 범행 뒤 정황도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백 판사는 “(ㄱ씨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ㄱ씨의 유족들은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징역형이 마땅하나, 검찰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의 형(벌금형)보다 더 무거운 형 종류로 변경할 수 없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ㄴ씨 등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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