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석봉동에서 발견된 쥐약 묻은 닭고기. 동물구조119 제공
쥐약 묻은 닭고기를 먹고 죽은 대전 길고양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과거 같은 수법으로 고양이를 죽여 처벌받은 70대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11일 “지난달 13일 대전 대덕구 석봉동 한 폐가에서 고양이 사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수사 중”이라며 “현장 주변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확인하고 탐문수사를 했으나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죽은 고양이 근처에서는 쥐약 묻은 닭고기가 발견됐고, 부검 결과 고양이 사체에서도 쥐약 성분이 나왔다.
지난달 13일 대전 대덕구 성복동 한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양이. 부검 결과 이 고양이 위에서는 쥐약 성분이 검출됐다. 동물구조119 제공
동물보호단체 등은 70대 ㄱ씨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그는 2016년 4월 석봉동 바로 옆 동네인 신탄진동에서 쥐약 묻힌 닭고기를 둬 길고양이를 살해한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아 ‘신탄진 살묘남’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대덕구 지역에서 쥐약이 묻은 닭고기를 먹고 고양이가 죽었다고 한 신고는 총 8건이다. 이 중 3건이 실제 쥐약이 고양이 사망 원인이었는데, 그중 2건이 ㄱ씨와 관련돼 있다”며 “ㄱ씨는 2016년뿐 아니라 2018년에서도 같은 수법의 고양이 살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당시 ㄱ씨는 “집 근처 고양이 때문에 시끄러워 그랬다”며 혐의를 인정했지만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고양이 사체에서 쥐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고양이에게 쥐약을 먹인 사람이 ㄱ씨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ㄱ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여년간 고양이를 살해해온 신탄진 살묘남을 막아주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이날까지 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사건 현장 인근에서 고양이를 돌봐온 활동가들은 ㄱ씨가 2005년부터 쥐약 묻은 닭고기를 놓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며 “고양이는 몸이 안 좋을 때 숨는 습성상 사체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번에 쥐약을 먹고 죽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만큼 범인을 꼭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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