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의회 본회의장. 공주시의회 누리집 갈무리
충남 공주시의원들이 행정 사무감사를 앞두고 천만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제주도를 찾아 지방선거 당선을 위한 교육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굳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제주를 찾은 것도 부적절하지만, 나랏돈으로 선거 승리 교육을 받은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주시의회 의원 12명 가운데 8명은 지난달 25~27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다녀왔다. 시의회 사무국 직원 5명도 동행한 이 프로그램에는 1300만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다. 연수에 참여한 시의원은 이종운·서승열·이상표(이상 더불어민주당), 박기영·김경수·이창선(이상 국민의힘), 이재룡·오희숙(이상 무소속) 등 8명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일정표를 보면, 의원들은 연수 이틀째 날 ‘2022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의정활동 전략’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3시간 동안 들었다. 특강은 △합법적 의정활동을 통한 공직선거법 100배 활용하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 혁신 전략 △창의적 의정보고서 작성 및 홍보 전략 △전략이 담겨 있는 홍보물 만들기(명함, 현수막, 벽보, 공보, 각종 소품 등) △감동적인 홍보영상 제작 기법 등으로 꾸려졌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강의를 들은 셈이다.
또 26~27일에는 한라수목원과 도두봉 올레길, 동문시장 방문 등 관광 일정도 있었다. 공주시의회 관계자는 “시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연수 교육 프로그램을 짰다”며 “추진계획에 나온 대로 실제 교육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주시의원들의 제주 연수는 출발 때부터 지역에서 뒷말이 나왔다.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어 “제주도 등 전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있다. 또 행정 사무감사를 앞둔 시기여서 시의원들은 필요한 자료를 숙지하고 시민과 대화해야 하는 시기”라며 “이번 연수가 과연 시민 세금을 써서 반드시 가야 할 정도로 긴급하고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공주시의회는 “행정 사무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수를 관광성이라고 비판할 일만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번 연수 기간 동안 ‘선거필승 전략’을 수강한 사실이 확인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서봉균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의원들이 역량 강화 교육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수의 내용이 의정활동을 잘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본인 선거 승리를 위한 것이어서 제주 연수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종원 공주시의회 의장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잘 듣고 의정활동에 접목하기 위한 교육이었다”며 “다음해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 등의 내용은 실제 특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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