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가 지난해 11월 설치된 부교를 중심으로 서쪽은 대부분 얼어버린 데 반해 동쪽은 하나도 얼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제공
강원도 속초시가 영랑호에 설치한 부교를 중심으로 한쪽만 어는 현상이 나타나자 주민들이 호수 오염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19일 시민단체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겨울 계속된 한파에 부교를 중심으로 서쪽은 대부분 얼어버린 데 반해 동쪽은 하나도 얼지 않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이 단체는 부교 탓에 표층수 이동이 차단되면서 이런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보다 정확한 원인과 호수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다.
이 단체는 이런 현상이 호수의 수질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표층수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호수 내 표층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서쪽에서 오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안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예년에도 한파 때 호수 일부가 얼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부교를 중심으로 절반만 얼어버린 것은 처음이다. 특히 부교가 설치된 이후 서쪽에만 이물질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노란 거품까지 생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영랑호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부교가 설치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속초시 쪽은 “공교롭게 부교를 기준으로 결빙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환경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부교 설치에 따른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살피기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환경영향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속초시는 북부권 활성화를 도모한다며 40억2200만원을 들여 영랑호에 길이 400m, 폭 2.5m의 부교와 수변 데크, 야외학습체험장 등을 지난해 11월 설치했다. 이에 주민들은 보존 필요성이 높은 석호인 영랑호의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반대하면서 절차적 하자 등을 이유로 사업 무효를 내용으로 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속초시는 적법하게 진행한 사업이라며 맞서고 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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