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가 23일 오전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합원 갑질·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 제공
“교장샘(선생님)이 자꾸 교무행정사에게 학교 풀 뽑기를 시킨다거나 교장실 청소, 손님 차 접대 등을 시킵니다.” (강원도 한 중학교 공무직)
“집에 급한 일이 있어 어렵게 연차를 신청했는데, 교감샘이 ‘학교가 바쁘니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강원도 한 고등학교 공무직)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는데도 강원도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직들이 여전히 각종 갑질과 괴롭힘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는 23일 오전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합원 갑질·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노조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맞춰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조합원 600여명을 상대로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1%가 근무하면서 갑질과 괴롭힘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이 넘는 53.5%는 교육 현장의 갑질·괴롭힘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또한 교장(40.6%)이나 교감(35.7%) 등 관리자뿐 아니라 같은 동료 교직원인 교사(49.7%)에 의한 갑질·괴롭힘(중복 응답)이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갑질·괴롭힘(중복 응답) 형태도 부당한 업무지시(52.1%)와 무시·따돌림 등 차별적 태도(47.2%), 연가·병가 등 복무에 대한 부당한 제재와 눈치주기(41.7%), 폭언·욕설·조롱 등 언어폭력(30.7%), 사적 심부름(23.1%)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본 노동자의 69.9%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관리자에게 알리고 조처를 요구한 사례는 10.3%에 불과했다.
정유정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설문조사 결과는 비정규직은 언제든 지시에 따라야 할 복종의 대상이라는 비틀린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등한 처우와 노동조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교육구성원은 언제나 차별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교육공무직에 대한 처우개선과 권한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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