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군이 이상고온 등에 대비해 얼음낚시를 대신할 산천어 보트낚시 등 새로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최문순 화천군수가 보트낚시로 산천어를 잡은 모습. 화천군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해온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방문객 수가 지난해의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축제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사실상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만,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된데다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고온 현상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 화천군은 지난 16일 폐막한 ‘2020산천어축제’의 방문객 수가 4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184만명)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1회째인 2003년(22만명)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다. 이 축제는 13년 연속 1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2015년 이후 5년 연속 방문객 150만명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글로벌 육성 축제’로 지정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산천어축제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원인은 축제 기간 포근했던 날씨 탓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 체험행사인 얼음낚시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4일 개막할 예정이던 이 축제는 포근한 날씨로 개막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이후에도 행사장인 화천천이 제대로 얼지 않자 얼음낚시터를 포기하고 뒤늦게 수상낚시터와 대낚시터 등을 일부 운영하며 관광객을 맞았지만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천군이 이상고온 등에 대비해 얼음낚시를 대신할 산천어 보트낚시 등 새로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축제 관계자들이 보트낚시로 산천어 낚시 체험을 하는 모습. 화천군 제공
이상고온에도 화천에선 얼음낚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만심이 부른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화천군은 화천천이 주변 골짜기를 타고 찬 공기가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천혜의 냉동고’일 뿐 아니라 그동안 축적한 얼음 얼리는 경험 등을 총동원하면 축제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왔다.
반면 2015년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를 취소한 아픔을 겪은 홍천의 홍천강꽁꽁축제는 일찌감치 이상고온 탓에 얼음낚시를 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했다. 올해 이 축제는 강 한복판에 600명이 동시에 낚시할 수 있는 부교낚시터를 설치하는 등 얼음낚시에서 벗어난 새로운 겨울축제의 본보기를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점차 커지는 동물학대 논란도 군으로선 부담이다. 11개의 동물보호·환경단체가 꾸린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는 지난달 9일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화천 산천어축제를 두고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의 향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거들었다.
방문객이 줄면서 미처 소진하지 못한 산천어 처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는 역대 최대치인 180t의 산천어를 준비했지만 아직도 20t 정도가 남았다. 화천군은 폐막 이후에도 산천어 소비를 위해 수상낚시 등을 허용할 계획이다.
화천군으로선 지역 경제를 위해 산천어축제가 절실하다. 이에 따라 군은 이번 축제를 계기로 얼음낚시에서 벗어나 축제를 다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화천군 관계자는 “얼지 않은 강에서도 산천어 낚시를 할 수 있도록, 고무보트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이동한 뒤 낚시를 즐기는 보트낚시를 새롭게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