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에 비밀방을 만들어 유포한 텔레그램 성착취 엔(n)번방 사건의 핵심인 ‘박사’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지난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성년자 등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의 주요 피의자 가운데 한명인 일명 ‘와치맨’이 이미 구속돼 내달 1심 재판선고를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강원지방경찰청의 말을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텔레그램 닉네임 와치맨을 사용하는 ㄱ(38·회사원)씨를 지난해 9월 구속했다. ㄱ씨는 공중화장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영상 등 불법 촬영물을 게시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강원지방경찰청도 문제의 엔번방을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ㄱ씨를 쫓고 있었다. 강원경찰이 수사한 ㄱ씨의 혐의는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영상을 포함한 불법음란물 9000여건을 엔번방을 통해 유포한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이 ㄱ씨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면서 강원경찰은 엔번방과 관련된 ㄱ씨의 혐의를 수사한 뒤 경기경찰과 함께 수원지검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ㄱ씨의 1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다음 달 9일 선고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박사’에 이어 ‘와치맨’까지 검거하면서 텔레그램 엔번방 3인방 가운데 남은 사람은 엔번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갓갓’ 한 사람뿐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미성년자가 포함된 텔레그램 엔번방 성 착취 범죄에 관해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경찰이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특별조사팀을 강력하게 구축해 엔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박수혁 김기성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