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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뚫고 10명 구한 불법체류자 알리 ‘엘지의인상’ 받는다

등록 2020-04-22 18:01수정 2020-04-22 20:43

양양 화재서 입주민 구하다 ‘불법체류’ 들통 사연에 온정 모아져
“당연히 국가가 보상…추방한다면 국제적 망신” 청와대 국민청원도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뚫고 10여명의 한국인을 구한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 장선옥 손양초교 교감 제공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뚫고 10여명의 한국인을 구한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 장선옥 손양초교 교감 제공

불길 뚫고 10여명의 한국인을 구하다 추방 위기에 놓인 카자흐스탄 국적 이주노동자 알리(28)씨를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엘지(LG)복지재단은 알리씨에게 ‘엘지의인상’을 수여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상을 받는 외국인은 2017년 수상한 스리랑카 국적 니말(41)씨에 이어 두 번째다. 니말씨는 2017년 2월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불법체류 스리랑카인 가운데 처음으로 영주권을 받은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도 알리씨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오후 6시 현재 1만2490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 청원인은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한국인 10여명을 살리는 데 공헌을 했다면 당연히 국가에서 보상을 해야 한다. 불법체류자로 추방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추방하면 대한민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체류자 알리씨에 대하여 신분조회를 하고 이상이 없다면 영주권이나 취업비자를 늘려주는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인은 프랑스에서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구한 불법체류자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영주권을 부여하고 또 소방관으로 특채될 수 있게 해 준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양양군 인터넷 누리집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곳에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살린 알리씨를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경찰도 알리씨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속초경찰서는 알리씨가 충분한 치료를 마치고 출국할 수 있도록 출입국사무소와 치료비자(G-1-2) 발급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알리씨가 엘지의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엘지복지재단에 추천서도 보냈다.

앞서 속초경찰서는 양양군과 알리씨 지원에 관한 회의를 열어 양양군은 ‘희망나눔운동 지원사업’을 통해 긴급생계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고, 속초경찰서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건의해 화상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속초경찰서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22분께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중 자신이 거주하던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특히 2층에 있던 한 여성을 구조하려다가 목과 손에 2∼3도 화상을 입었으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다행히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된 양양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 등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알리씨는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통원 치료 중인 알리씨는 다음 달 1일 본국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다. 치료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하여 신고했고, 이 신고는 출국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알리씨는 2017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후 월세방을 전전하며 공사장 등에서 번 돈으로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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